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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써 Dec 04. 2023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로또를 샀다


식생활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편이다. 식사시간이 규칙적이고, 과식을 하지 않는다 게 좋은 점이라면, 음식에 탄수화물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게 나쁜 점이다. 그래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바로 밤에 과자를 먹을 때가 있다는 거다.


나는 과자를 좋아한다. 빵도 쿠키나 파이처럼 무게감 있고 바삭한 걸 좋아한다. 요즘 꽂혀 있는 건 후렌치파이 딸기맛과 콘칩 오리지널(초당 옥수수맛 제외), 자주 먹지는 않지만 청우에서 나온 그랑쉘 얼그레이 자몽 쿠키다.


출처: SSG.com


점심과 저녁 사이에 과자를 몇 개 먹는 건 상관 없다. 그때 먹기 위해서 과자를 쟁여두는 거기도 하다. 지친다 싶을 때 과자 한 입 베어물면 얼마나 꿀맛인지.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난 후에 과자를 먹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위장이 좋지 않은 편이다. 툭하면 배가 아픈데, 밤에 뭔가를 먹으면 거의 100%다. 그래서 자기 직전에 물도 잘 안 마신다. 다른 건 안 먹는데, 과자는 자꾸 먹게 된다. 배가 아파서 고생할 걸 알면서도, 왠지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면서 입에 넣는다.


몸이 금새 아프다는 건 상당히 빠르고 효과 있는 응징인데, 왜 자꾸 이걸 지키지 못하는지 답답했다. 단순히 아픈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건가.


그래서 이 응징을 강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과자를 먹고 또 배가 아프다면, 내가 싫어하는 걸 더 하기로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하기 어려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플랭크를 1분 하기 같은 건 안 됐다. 과자 안 먹자는 약속도 안 지켰는데, 플랭크를 하는 약속은 더 쉽게 어길 수 있었다.


행동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지만, 괴로운 걸 생각해 봤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바로 싫어하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이비 교주에게 헌금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만 해도 정말 싫었고, 행동하기는 정말 쉬웠다. 그런데 이건 또 너무 너무 하기 싫어 도저히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내 계좌 내역에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기록이 있다는 거 자체도 찜찜했다. 나중에 연말정산 등 기부 내역이 어떤 식으로든 공개되었을 때, “밤에 과자 먹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믿음과 관련 없는 곳에 헌금을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변명치고도 너무 치졸했다. 사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는데, 그게 바로 로또 구매였다.


나는 그전까지 내 돈 주고 로또를 사 본 적이 없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당연히 당첨이 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기에, 로또를 사는 건 내 입장에서는 돈을 버리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결국 나는 2주 연속 로또를 사고, 낙첨되었다.

이러다가 과자를 끊기 전에 로또가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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