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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써 Dec 03. 2023

성공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실패에 대비하는 방법


어릴 적에는 노력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메시지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다. 사람의 지능, 환경, 운, 사회적·문화적 환경을 개인의 능력만으로 다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젊을수록 능력을 많이 신봉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능력은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내 존재 자체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졌다.


노력으로 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미리 생각해 놔야 하고, 내 행동이 어떤 결과가 될지도 예측해 놔야 한다. 이런 계획과 예측을 열심히 하면 이 ‘운빨’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운빨을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니, 스스로 운이 없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건 그저 세상의 섭리를 몰랐던 거였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냥 어쩌다 보니 일어난다. 세상을 바꾼 많은 발명들이 우연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좋은 일인 줄 알았던 게 나쁜 일이 되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모든 일을 설계부터 시작해서 분석하고 예측해 필승하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내가 골몰하고 있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은 생각 없이 황당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나는 전략을 조금 바꿨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를 궁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실패를 잘 수습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재단하는 건 하지 않은 채로 운에 맡기고 그냥 하되, 실패 시 할 일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남인숙 작가님 유투브를 매주 보는데, 힐링글쓰기 프로젝트가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같이 보는 친구가 이런 게 있는데, 책을 쓰고 싶어하지 않았냐며 관심이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내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알게 된 건 마감일로부터 이틀이나 지난 때였다.


링크를 들어가 보니 신청 폼과 계좌 번호는 아직 공개되어 있었다. 그래서 신청 폼을 작성하고 돈을 입금해 버렸다. 늦었다고 한소리하면서 시켜주면 죄송하다고 하면 되는 거고, 결국 안 된다면 돈을 돌려 받으면 된다. 돈도 돌려 받지 못한다면, 3만원짜리 슈퍼챗을 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방법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운이 나를 어느 쪽으로 안내하더라도 그 상황을 마음내켜 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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