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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감정적인 변호사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by 정현주 변호사


많은 의뢰인들이 나에게 많은 사람들의 힘든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변호사를 찾을 만한 사건이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뢰인들은 나와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가 심정적으로 힘든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나와 대화를 하면서 조금 진정하고 괜찮아진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나를 바라보면서,


' 변호사님은 이런 이야기들을 매일 들으실 텐데, 괜찮으신가요? '


라고 묻는다.


물론 변호사들끼리 일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사건의 승패보다는 의뢰인을 상대하는 일이다. 나는 때때로 변호사는 의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몸의 아픈 곳을 치료해 주는 일을 한다면 변호사는 마음의 병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방적인 치료가 아니라 함께 하는 치료라고 할까?


사건의 성격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변호사가 되면 의뢰인을 상대하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정말로 어렵다. 의뢰인에게는 선임한 변호사가 전부지만 변호사는 수많은 의뢰인들을 동시에 상대한다. 하지만 사건 별로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공감하며 의뢰인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되기에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물론 똑똑한 머리도, 풍부한 경험이나 사회성, 때로는 경력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냉정한 마음'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ㅡ 어떤 경우더라도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 안 된다.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로 이기고 싶은 사건들이 생긴다. 의뢰인의 처지가 공감이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대응을 보고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 절대로 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은 무척이나 위험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그 정도로 감정적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감정은 치우치면 많은 것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자신의 사건을 공감해 주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공감만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 절대로 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은 의사가 수술대에 올라서며 '이 수술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라고 마음먹는 것과 같다. 수술을 임하는 자세가 무척 냉정해야 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냉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ㅡ 어떤 사건이든 조금은 멀리,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변호사들이 이런 이유로 의뢰인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다.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의뢰인과 차도 한 잔 마시지 않는다는 변호사들도 많다. 의뢰인들은 나의 변호사가 너무 멀리 있음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 나쁘지 않은 것이다. 감정적인 변호사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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