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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서의 변호사 생활은 어떨까?

벌써 일 년 반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

by 정현주 변호사 Sep 09. 2023



현재는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은 남양주에서도 사건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법률사무소가 되었지만 나는 늘 법률사무소 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남양주에서 법률사무소 봄을 개소한지도 벌써 일 년 반이 되어간다. 22년의 1월, 사무실을 만드는 초창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봄 사무실에 와서 모든 비품이며, 가구며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볕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늘 멍을 때리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처음 개업을 하다 보니 당시에는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가장 처음 든 걱정은 '내가 과연 봄 사무실의 임차료를 부담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매달 나가는 고정 관리비도 문제였다. 특히나 법률사무소 봄은 상담실이 출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되어 있어 반드시 인포메이션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오랜 기간 고민 끝에 결국 여직원을 한 명 구하기로 마음을 먹고 떨리는 마음으로 법률사무소 봄을 개소하고, 매일 같이 강동에서 남양주로 출·퇴근을 했다. 많은 개업 변호사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이미 자리를 잡은 개업 변호사들과 만날 약속을 잡고 많은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히 사무실은 처음부터 무척 사건이 많았다. 심지어는 봄 사무실이 완성되기 전 단계부터 많은 상담 의뢰인분들이 멀리서부터 나를 찾아주셨다. 자연스럽게 경찰서와 법원, 검찰청 등에서 초창기 형사조정위원, 피해자 국선변호인, 민사조정위원, 가사조정위원으로 위촉되어 새로운 일들도 많이 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sbs biz 트렌드 스페셜, mbn 생생정보마당, 채널A 행복한 아침 등 방송에도 자주 나가게 되었다. 한 번 시작된 언론 활동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와 기업 강연, 공공기관 특강에까지 이어졌다. 22년의 봄과 가을은 그렇게 굉장히 바쁘게 흘러갔다. 처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보니 하루하루 서면을 쓰고 재판만 나가도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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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특강, 공공기간 특강중인 정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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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정현주 변호사의 강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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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변호사의 오스템 임플란트 강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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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변호사 '전세사기특별법' 생방송 셀럽남매 출연 중정현주 변호사 '전세사기특별법' 생방송 셀럽남매 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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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대책에 대해 설명하는 정현주 변호사전세사기 피해 대책에 대해 설명하는 정현주 변호사




그 즈음, 딸아이와 함께 남양주로 이사를 오면서 나 또한 남양주 시민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양주에서 개업한 나에게 '남양주에 어떤 연고가 있는지?'를 물어봤지만 사실 그전의 나는, 서울에 살며 주말에 팔당에 있는 유명한 카페 정도만 갔던 기억이 있다. 내가 남양주에서 개업을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새로 생기는 '남양주 지원'의 개원 소식 때문이었다. 나는 사실 서울에서만 살아왔고 서울에서도 변호사 생활을 한 적이 있지만 딱히 서초동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서초동 변호사'를 찾는다. 또한 변호사들도 '서초동'에서 개업을 하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서초동 변호사'는 우리나라 변호사 업계의 상징적인 곳이다(마치 신당동의 즉석떡볶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나는 원래부터 나 스스로 주류 변호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남양주에서도 변호사 생활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가장 유명한 곳에 있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마케팅과 유명세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제대로 신경을 쓰면 이름 모를 소도시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무실을 열더라도 망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 정도의 패기도 없이 어떻게 개업을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나에게 남양주와 '법률사무소 봄'은 무척 각별했다. 나는 본래 크게 지르는 것(?)에 약한 사람이다. 추진력이 있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한 곳에 올곧이 매여 있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그렇게 작은 사람인 내가 개업을 마음먹고 법률사무소 봄을 만들며 인테리어에서부터 모든 물품에 하나하나 공을 들였고, 당시의 의뢰인들에게 정말로 많은 신경을 썼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일했다. 변호사는 열심히 일하면 당연히 승소율이 올라간다. 질 것 같으면 의뢰인에게 솔직히 말하는 것도, 또는 적극적으로 조정에 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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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자 변호사님도 계시고 직원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초창기에 여자 변호사가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기도 했다. 작년 법률사무소 봄에서 나 혼자 있을 때의 일이다.


처음 보는 의뢰인이 상담을 1시간 예약하고 선결제를 한 이후 나를 찾아왔다. 나는 물론 공들여 상담에 임하였지만, 의뢰인은 어쩐 일인지 30분이 지나가도록 제대로 된 법률 상담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신변잡기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한 시간 지난 이후, 제대로 된 법률 상담을 하지 못했다며 다시금 상담을 요청했다. 물론 나는 거절했다. 그는 단지 '여자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블로그 글을 보고 멀리서부터 찾아와 법적인 일이 아닌 잡지 기고를 요청하거나 또는 블로그를 맡아서 관리를 해주겠다는 사람들,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사람들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은 사건 처리를 위해 늘어난 새로 오신 변호사님들과 직원들로 처음보다 무척 북적이게 되었다.



물론 단시간 내에 규모가 확장되면서 부작용도 있었다. 일이 너무 많다고 일주일 만에 일을 그만두는 직원도 있었고, 관할을 잘못 보는 실수가 생기기도 했다. 다양한 사건을 다루다 보면 변호사로서는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많은 의뢰인들은 변호사와 무척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실상 변호사들은 언제나 늘 바쁜 상태이다. 또한 소송은 언제나 백 프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변호사들은 이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고집스러울 정도로 소송의 모든 과정에 의뢰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면 초안에 대해 의뢰인에게 이를 보내고 보완을 하고 싶거나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최대한의 반영을 한다. 만약 법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거나 또는 오히려 더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의뢰인에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의뢰인들은 소송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이해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과정에서의 해결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소송 과정에서의 해결은 생각보다 많은 경우, 그 자체로 해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현재는 사건의 수와 외부 활동 등으로 인해 모든 서면과 재판에 내가 관여할 수 없을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법률사무소 봄에서는 현재는 담당 변호사 체제를 운영하여 사건마다 대표 변호사 - 담당 변호사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이끌어나가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반드시 전체 회의를 하고, 수시로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하여 의뢰인이 궁금해할 상황에 대해 체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법률사무소 봄을 만들고 운영한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23년도 어느덧 후반기가 되어 슬슬 내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시기가 왔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한 해는 정말로 많은 경험을 한, 각별한 해였다. 법률사무소 봄이 작지만 내실 있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이 보여 뿌듯한 기분도 든다. 모든 달리기에는 쉼, 이 있다고 하질 않던가,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위해 내 정신과 마음을 더 다듬어야 할 시기이다.


또한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보다 더 사건 하나하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남양주에는 법률사무소 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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