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가 쏟아지는 오후였다. 언젠가부터 기나긴 장마가 가늘게 이어지고 있다. 비는 한때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치고 말았다. 우리는 모래시계 앞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죄인들처럼 형벌과도 같은 비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가득 찬 회환*을 안고.
오늘 나는 나의 외로움을 마주 본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외로움은 손톱처럼 정확하게 자라나고 있다. 손톱깎이로 주기적으로 잘라내도 외로움은 잡초처럼 자라난다. 우리는 모두 혼자라는 그 외로움에 ㅡ 불을 끄고 잠이 들기 전에 누워서 보는 아련한 도로의 불빛 속에서도 황망함은 늘 마음속에 감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내, 나이가 들수록 잡초와 같은 외로움이 더 자라나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을 하는 것은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로지 그 사람의 바탕이며, 선택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외로움을 어찌할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는 것들은 나에게 숙명과도 같이 찾아오는 외로움들을 갈무리한다는 것에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의 마음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것들을 지켜보고 담습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의 어떤 일들은 어떤 면에서는 반드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명확해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의 명확성이 정확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은 오로지 나의 몫,
나의 인생이다.
살아있음은 늘 외롭다.
그렇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그토록 기대하거나 찾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