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에서는 작년부터 수많은 경업금지약정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고 소장을 받거나 내용증명을 받는 경우 많은 의뢰인들이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였지만 그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거나, 사본을 교부받지 못했다거나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일괄적으로 경업금지약정이 포함된 서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정말로 경업금지약정과 관련하여 제대로 된 설명을 받지 못했다는 부분이 경업금지약정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요건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약관이란 '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와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의미하는 것'을 의미하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약관을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약관을 제시한 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미리 마련된 특정 조항의 내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이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어야 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14864 판결). '
라고 판시하여, 계약의 주요한 내용과 관련해서는 계약 당사자 간 대등한 지위에서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관규제법에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많은 변호사들이 경업금지약정과 관련한 소송에서 위와 같은 약관규제법상의 규정 및 명시 ·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경업금지약정이 무효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 의하더라도 실제 경업금지소송에서 경업금지약정이 무효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유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약관규제법상의 '대등한 지위'란 사실 밝히기가 몹시 힘들다. 일반적으로 영업양도를 제외한 경업금지약정이 가장 많이 문제 되는 직종을 살펴보자면 미용업, 헬스 트레이너, 학원 강사 등을 들 수 있는데 대부분 '프리랜서인지' 아니면 '실질상 근로자였는지'가 문제 되는 업종이다.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의 하나는 근로형태로서 업무지시가 있었는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었는지 휴가 등을 제대로 쓸 수 있었는지처럼 업무적으로 구속되었는지 여부이다. 이 부분은 현재까지 아주 많은 다툼이 있는 사안으로 판례 또한 여전히 통일되어 있지 않고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인정을 하기도 하고 부정을 하기도 한다.
프리랜서로 인정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계약 당사자 사이가 대등한 지위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안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가 달라지다 보니 당연히 약관규제법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등한 지위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밝히기가 어려워진다.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였는데 당시에 경업금지약정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지도 못했고 그냥 의미도 모르는 채 서명만 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나요?
많은 의뢰인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면 계약이 무효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 책임을 져야 한다. '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 스스로 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계약이란 그 서명을 한 순간 어찌 되었든 그 내용에 대한 구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아주 작은 계약이라도 계약에 서명을 하면서 그 계약에 동의를 했다는 추정을 받게 되고 이후에는 위 계약의 내용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무효로 주장하거나 취소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아주 특별한 경우 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할 수도 있다. 민법은 계약이 체결된 이후 매우 한정적인 요건하여 계약의 취소나 무효를 인정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무효 주장은 몹시 어렵게 받아들여진다).
한편 위와 같이 '경업금지약정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내용을 잘 숙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을 했어요. '라는 주장은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과실을 인정하는 셈도 된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면 수정을 요구하거나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일방적인 계약의 강요는 없어야 한다. 만약 그 내용이 나에게 불리한 지 어쩐지를 잘 알 수 없다면 우선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계약은 한 번 체결되면 그 불공정함, 강박, 착오, 위조 등의 사유를 주장하는 쪽에서 입증해야 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업금지약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체결하였더라도 계약의 구속은 받는다. 따라서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면 이후 소송에서는 계약의 무효 주장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위약금의 과다함을 들어 감액 주장을 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고 소송에서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