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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Apr 14. 2024

발리 힌두신들을 만나다.

윤회란 무엇인가,


발리는 어디를 가도 신들이 많다. 특히 인도에서 많이 보았던 힌두교 신들이 무척 많은데, 알고 보니 발리섬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힌두교를 믿고 있다고 한다(인도네시아인들의 80% 이상은 이슬람교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차를 타고 달리는 곳 어디든 힌두교스러운 석상, 사원, 신들의 모습들이 예전 인도를 떠올리게 된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와 그들의 신들을 알게 된다. 마치 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며 그 문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또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믿고 있는 종교적 의식을 바라보며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의 형태를 느끼기도 한다.  



발리 어디를 가도 쉽게 힌두신들을 만날 수 있다.


힌두교는 오래전부터 윤회(samsara)를 믿어왔다. 윤회*는 수레바퀴처럼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비유를 들어 인간 또한 이 번 생이 끝나면 다음 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윤회란 인간이 우주 안에서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다음 생은 현생에서의 쌓는 업(karma)에 따라 결정된다.


다르마(dharma)에 따라 삶을 살다 죽으면 다음 생에는 보다 고귀한 존재로 태어나는데, 다르마에 어긋나는 삶을 살면 현재 고귀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다음 생에는 비천한 존재로 태어난다.


이를 바로 업을 짓는다고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윤회다.



발리 우붓, 고아 가자(goa gajah) 사원에서,


나는 기독교인으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다른 종교를 접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한국의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해서 무척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특히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기독교인에게 제사는 미신으로 치부되며 심한 경우 귀신에게 절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나는 당연히 제사를 지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제사에 참여를 해 본 적은 없다. 결혼을 할 때도 나 스스로 딱히 종교가 중요하다는 점을 내세운 적이 없었지만, 우연하게도 기독교 집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이런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해 나는 다른 종교를 접할 기회가 없었고 당연히 다른 이들이 믿는 신들의 존재나 교의를 알 수 없었다. 한국의 유명한 절은 수학여행을 통해서나 가본 것이 전부였고 어떤 석상이나 불상을 봐도 남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운명처럼 티벳을 가게 되었다. 우연히 간 인도에서 네팔로 갔고 그곳에서 충동적으로 티벳을 가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는 여행길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티벳 라싸는 불교가 융성하여 천상계가 강림한 '신들의 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곳은 경이적인 곳이었다. 종교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다. 나는 그곳에서 정말로 살아있는 신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으니까.


2006년 티벳 라싸의 오체투지,  티벳 고원(6000m)에서의 에베레스트산의 모습.


어떤 이들의 지속적인 믿음과 헌신은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강한 믿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낯선 경험들이 나의 삶을 여러 번 흔들었고 그 이후 홀로 있는 시간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그릇이 되었다.


나의 삶이 오롯이 한 가지의 정형화된 틀로 갇히지 않았고 고통을 견디는 시간들이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은은하지만 심지는 또렷한 촛불처럼, 나는 나의 삶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발리, 우붓


' 나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분명 귀족으로 태어날 것 같아. 이번 생에 나는 너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주었어. 내가 가진 전부를 너에게 주었어. 하지만 너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지. 너는 이곳에 없어. '


' 그럼..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짝사랑하고 너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거야, 어때? 그럼 좀 복수가 되겠어? '


' 아니, 그보다 다음 생에는 서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네가 날 짝사랑한다면 나는 무조건 널 잔인하게 차버릴 거야. '


그래도, 이곳에 온 것은 잘한 일인 것 같아. 특히나 본토 섬을 여행할 때 드넓게 펼쳐진 야자수 잎과 싱그러운 폭포수와 아무리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와도 압도적인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의 대자연이 나는 너무 좋았어. 물에 들어가 문득 하늘을 보았는데, 해가 지지 않았음에도 은은하게 떠 있는 손톱달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좋았지.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물에 들어가고 싶어졌어. 내가 수영을 하는 것은 적어도 몇 십 년 만에 처음이었어.


그리고 나는 조금도 쉬지 않고 많은 석상과 사원들을 지나 낯선 길을 걷고 또 걸었어. 너는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물었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


'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있었어. '  


그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야. 현재 나의 삶을 가장 이롭게 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것, 나의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다면 좋을거야.


발리, 우붓의 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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