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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다정한 사람들은 이혼하지 않는다.

by 정현주 변호사


나는 현재 조정위원으로 남양주법원에서 많은 가사 조정을 하고 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우리 봄 사무실에 진행되고 있는 이혼 사건들과 또한 지금까지 다루고 있는 이혼조정사건들을 보며, 함께 일하고 있는 (미혼인) 김광현변호사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변호사님, 사람들이 왜 이혼을 하게 되는 것 같으세요?"


"그게 다들 비슷한 패턴이긴 한데...."


우리는 잠깐 침묵했다. 물론 상대방이 외도를 하거나 폭행을 한다면 누구나 납득이 갈 만하지만, 딱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도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협의 이혼에서 걸리는 3개월의 숙려기간이 너무 길고, 또 다시 상대방을 설득하여 같이 법원에 갈 만한 여유가 없다고 하며 이혼 조정을 통해 빠르게 이혼을 하려는 경우들도 많다.


나 또한 주위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특히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평생동안 번 돈을 와이프에게 전부 갖다주고 열심히 살았는데 아내가 갑자기 이혼을 원한다고 하며 당황을 하거나, 그냥 어이 없이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누가 보아도 같이 살기 어려운 피치 못할 사유가 있다면 모를까? 부부 사이에서 대부분의 경우는 '말'이 문제가 된다. 부부는 물론 살면서 계속 다투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들도 다들 비슷하다. 시댁문제, 제사문제, 돈문제, 야근문제, 아이들 문제 등등 구체적인 이유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크게 봐서는 다들 비슷한 이유로 다툼이 시작된다. 사는 방식은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기게 된다.


어떤 의뢰인은 결혼 초부터 시댁에 정말로 잘했다. 시댁의 모든 행사에 참여를 했고, 다소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물론 시댁에 잘하거나 잘하려는 노력은 모두 '남편'때문에 온 것들이다. 왜냐면 시댁이야말로 남편이 없이는 맺을 일이 없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의뢰인에게 이런 저런 '말'들로 상처를 주었다. 심지어 아이들을 차별하기까지 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의뢰인은 남편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말을 하고, 중재를 해 주길 원했다.


그런데 남편은 위로는 커녕 도리어 의뢰인의 반응이 정상이 아니며, 계속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지겹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울하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해서 먹고 나에게 징징거리지 말라.'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또는 '그런 식으로 말할 거면 시댁에 가지 말라.'라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물론 남편이 늘 나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성실한 부분도 있었고, 답답하긴 하지만 즐거웠던 시절도 물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의뢰인은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의뢰인이 남편에게 바랬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분명 처음에는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자에게 이해와 인정 그리고 공감을 원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분명하게 이어진다면, 아무리 힘들고 좋지 않은 일이라도 대부분은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많은 배우자들이 그렇게 '다정하지 않다.'


맞다. 대부분의 경우 '다정하지 않기에' 문제되는 것이다. 내심으로는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좋아하고 계속 같이 살고 싶은 마음까지 있음에도 굉장히 퉁명스러운 반응을 한다.심한 경우 기분이 내키는 대로 막무가내의 말을 내뱉거나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많이 힘들었겠다. 오늘 많이 고생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 집에 갈까?' ,

'그때는 많이 외로웠구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데 같이 산책할까?'

'내가 잘 몰랐어. 미안해.'


라는 말들을 대신 하였더라면 어땠을까? 우리가 배우자에게 바랬던 말들은 사실상 이런 말들이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다정한 사람들은 이혼하지 않는다. 설사 다른 나쁜 잘못들을 저지르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다정하지 않기에 나오는 많은 '말'들로 인해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도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연애할 때 만큼 상대방에게 맞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전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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