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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적 거래관계에서 채무자의 일부 변제는?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by 정현주 변호사



회사 대 회사와 같은 상거래는 계속적 거래 관계가 많다. 크게 문제가 없는 한 잘 아는 하도급 건설사와 계약을 맺어 공사대금을 매년 청구하는 것과 같이, 한 번 인연을 맺은 거래처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계약이 진행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올해 미수금이 발생하더라도 내년에도 계속 거래 관계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니 그 미수금 채권이 내년으로 계속 이월되는 셈이다.



이처럼 계속적 거래 관계에 있으면 상대방이 계속 일정 정도의 미수금을 남겨두는 경우 강하게 미수금에 대한 변제를 요구하는 것도 왜인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상대의 사정을 봐주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공사대금 3년의 소멸시효와 같이 빠르게 시효가 진행되어 아예 변제를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이미 3년의 소멸시효가 훨씬 지난 기간 동안 계속적 거래 관계에 있으면서 채무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이자에 충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금에 충당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변제금을 계속 받게 되는 경우 추후 이를 어떻게 정산하는 것이 좋을지 의문이 든다. 오늘은 이처럼 계속적 거래 관계에서 이자를 포함한 전부 변제가 아닌 일부의 변제가 이루어지는 경우 어떤 순서로 변제의 충당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1. 변제의 충당이 문제 되는 경우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게 1) 동종의 여러 개의 채무가 있거나 2) 한 개의 채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발생한 비용, 이자, 원금과 같이 어떤 채무에 변제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일부의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의 충당이 문제 된다.



1)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봄씨는 여름 씨에게 ① 2024. 1. 10. 5%의 이자 지급을 약속하며 300만 원을 빌리고, ② 2024. 2. 10.에 8%의 이자 지급을 약속하며 500만 원을 빌린 것이다. 두 채무다 변제기는 지났다. 그런데 봄씨는 2024. 10. 10. 200만 원을 변제한다. 이처럼 일부의 변제가 일어난 경우 ① 채무와 ② 채무 중 어디에 변제가 되는지, 또한 이자에 먼저 충당되는지 원금에 먼저 충당되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2)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원금이 300만 원, 이자가 50만 원, 이를 위해 발생된 비용이 20만 원이 있다고 쳤을 때 100만 원을 변제하면 어떤 순서로 변제가 이루어지는지가 문제 된다.



2. 합의 충당 -> 비용·이자·원금 -> 지정 충당 -> 법정충당의 순서로 변제의 충당이 이루어진다.



민법은 변제의 충당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민법 제476조[지정변제충당] ①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변제 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② 전 2항의 변제충당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한다.


민법 제477조[법정 변제충당]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한다.

1. 채무 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면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2. 채무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3.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같으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나 먼저 도래할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4. 전 2호의 사항이 같은 때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민법 제478조[부족 변제의 충당] 1개의 채무에 수개의 급여를 요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할 때에는 전 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 제479조[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 ① 채무자가 1개 또는 수개의 채무의 비용 및 이자를 지급할 경우에 변제자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한 급여를 한때에는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제47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위 민법의 규정과 더불어 판례는 아래와 같이 변제의 충당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합의에 따른 충당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는 민법 제479조에 법정되어 있으므로 위의 법정 순서에 의하여 변제충당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라 할지라도 그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의 순서를 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그와 다른 특별한 합의가 있었다거나 일방의 지정에 대하여 상대방이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묵시적 합의가 되었다고 보이는 경우 등 특단의 사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09. 6. 11. 2009다 12399 판결 등).


이와 같은 판례 및 민법의 규정을 고려해 볼 때, 계속적 거래 관계에서 일부의 변제가 이루어지는 경우 변제 충당은 합의 충당 -> 비용·이자·원금 -> 지정 충당 -> 법정충당의 순서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채무자 또는 채권자가 부족한 변제를 하거나 받으면서 '이 변제금은 1) 채무에 대한 이자에 또는 2)의 채무 원금에 변제한 것으로 알고 있겠다. '라는 일방적인 지정을 할 수도 있는데, 위의 경우에서처럼 합의가 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일방적인 지정으로서 비용·이자·원금의 순서를 깰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판례를 참고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채권자와 주채무자가, 주채무자의 변제가 채권자에 대한 모든 채무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때에는 ' 채권자가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순서와 방법에 의하여 충당하기로 약정'하였다면, 변제수령자인 채권자가 위 약정에 기하여 스스로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순서와 방법에 좇아 변제충당한 이상 변제자에 대한 의사표시와는 관계없이 충당의 효력이 있다(대법원 2012. 4. 13. 2010다 1180 판결).

위와 같이 미리 변제충당에 관한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변제를 하면서 위 약정과 달리 특정 채무의 변제에 우선적으로 충당한다고 지정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채권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지정은 효력이 없어 채무자가 지정한 채무가 변제되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3. 25. 2001다 5334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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