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감이 좋은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를테면, 어떤 결정을 하려고 할 때 본능적인 감에 의해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은데(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런 때 내리는 판단이나 결정이 결과적으로는 적절할 때가 많았다.
또한 대표 변호사로의 삶이란 곤경에 빠진 의뢰인에게, 소속 변호사님들에게, 곤란한 상황에 처한 직원들에게 항상 적절하고 빠른 판단과 결정을 요할 때가 무척 많다. 때문에 너무 피곤한 상태에 있거나 일이 정신없이 몰아치면 결정에 지장이 갈 수 있기 때문에 늘 일정 정도의 여유를 두려고 한다.
최근 나는 변호사 마케터의 필요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있다.
변호사 시장의 마케터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흔히들 변호사 마케터라고 하면 블로그 글을 대신하여 주에 몇 회 써주고 네이버 플레이스를 관리하거나 인스타그램 등 sns의 관리 및 유료 광고를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개업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도 처음에는 변호사 마케팅에 큰 관심을 두고 여러 마케터와 미팅을 하기도 했고 그중 일부와 일을 같이 해보기도 했지만 사건수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곧 그만두었다.
그 이후 한동안은 봄 사무실을 운영하면서도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이후 직원분들을 통해 블로그에 승소 사례를 올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달로가다 블로그 글은 내가 직접 쓰고 있으며 pd님을 통해 유튜브 컨텐츠도 변호사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처음에는 오롯이 나 혼자 컨텐츠를 짰지만 최근에는 이완수 변호사님도 최근 트렌드에 맞는 컨텐츠를 짜고 계신다).
기본적으로 마케팅이란 제대로 된 실체가 기본이고, 이를 알리기 위한 적절한 포장(광고)를 말한다. 예를 들어 sns에서 유명해진 '맛집'을 떠올려 보자.
'맛집'의 기본은 역시 '맛'이다. 하지만 광고와 같은 적절한 '포장'도 필요하다. '맛'은 보장되어 있지만 포장이 없는 경우 망하지야 않겠지만 큰 성공은 어렵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쳐 운이 좋을 때 한철의 성공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특별한 경우일 것이다. 반대로 '포장'은 잘 되어 있으나 '맛'이 없는 경우, 이는 틀림없이 망하게 된다.
결국 '맛'과 적절한 '포장'이 함께 있어야 성공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포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마케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것을 내가 다 할 필요는 없다. 감이 좋은 사람을 만나 그에게 '포장'에 필요한 요소를 맡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감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나의 기본적인 운과 실력에 따른 것이겠지만.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의 빛은 완전히 안착하여 분명하고 명료한 세계에 있게 하는 것, 그 빛을 함부로 공유하지 않는 것, 나에게 불행한 것들을 멀리하고 필요한 것들로만 소수로 채워가는 것. 요즘의 나는 혼자 있거나 또는 혼자 있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같고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