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사랑받고 싶어한다.
직업상 이혼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피우는 사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왜 이런 상황에서 바람을 피웠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들이 있다.
이를테면, 중학생 딸이 있는 전업주부가 갑자기 건축사 사무실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이후 유부남인 건축사 사무실 사장과 바람을 피운다. 남편은 몇 개월 뒤 이 사실을 우연히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건축사 사무실로 찾아가서 따지다가 상대방에게 우발적으로 상해를 입히게 된다. 그 바람에 중소기업 등기이사를 하고 있었던 남편이 갑자기 구속이 된다.
하루아침에 집은 풍비박산이 난다. 물론 부부 사이도 끝이 났다. 여자는 구속된 남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게 찾아가 합의를 해 달라고 하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돈을 요구한다. 남편의 이력도 끝이 났고, 여자는 나이도 있고 경력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라 외벌이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입의 대부분이 끊겨 중학생 딸과 제대로 생활하는 것도 불투명해진다.
남편은 자존심 때문에 여자에게 합의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한다. 남편이 궁금한 것은 오로지 아내가 그 남자와 '잤는지, 안 잤는지' 여부이다. 마치 그것만이 외도의 핵심인 것처럼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여자는 건축사 사장으로부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밤 낮으로 일만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물으니, 건축사 사장이 자신이 현재 건물을 몇 채 가지고 있는 상당한 재력가이고 차도 아주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서 현재 투자를 하는 중이라고 누누이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건물들 중 하나를 여자에게 주기로 했다면서 여자에게 오히려 투자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자는 건축사 사장에게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면서 일을 해주고 돈도 빌려줬다. 많은 것들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였지만 이후에는 바람을 피우다가 남편에게 들통이 나면서 순식간에 많은 것을 잃었다. 그 이후에 상대방의 행동을 보면 여자를 사랑했던 것 같지도 않다. 전반적으로는 오히려 이용을 당했다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여자는 건축사 사장과 갑자기 사랑에 빠진(?) 것일까?
나는 사실 건축사 사장의 마음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 누구라도 건축사 사장의 입장이라면 크게 나쁠 일이 없기 때문이다(건축사 사장의 아내의 입장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궁금했다.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왜 그녀는 그런 선택을 해야 했던 것일까? 그것은 감정적인 이유였을까?
그리고 변호사 일을 하면서 나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여러 번 보았다. 어떤 여자들은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다가 겉으로 보았을 때 자신에게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한다. 누가 보아도 멋지고 잘난 남자와 외도를 한다기보다는 뜬금없는(?) 선택을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나는 40대, 50대의 여자들이 그렇게 뜬금없는 외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우선, 그녀들은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모든 여자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성별을 떠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외로움'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나의 가치는 감소해간다. 풋풋함이 사라지고 매력도 저문다. 많은 여자들이 나이 여부를 떠나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원하지만 결혼한 남편은 나에게 흥미가 없다. 물론 그녀들도 남편에게 더 이상의 흥미는 없다. 때때로 안락함을 느끼고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열정'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열정이 너무 없는 삶도 문제가 아닌가? 하루하루 반복된 삶을 살아나가는 와중에 갑자기 나를 그 자체로 봐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도 모르게 그 열정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열정이란 애초부터 뒤를 보면서 선택하는 그런 감정이 아니다.
꼭 결혼을 후회하기에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면서 어찌할 수 없이 생기는 외로움과 나에게 필요한 사랑의 감정들이 어우러져 순간적이지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일들은 비단 여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남자에게도 일어난다.
나는 외도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상담을 통해 그 또는 그녀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들마저 잘 알 수 없었던 그 감정의 한 켠을 이해하게 될 때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