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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

by 정현주 변호사


어제는 추운 크리스마스이브날이었다. 토요일이었지만 몇 주전부터 상담 예약을 신청한 의뢰인을 만나러 부지런히 봄 사무실에 갔다. 변호사로서 많은 상담을 하다 보니 나는 상담을 시작하면 금방 소송으로 진행될 사안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찾아주시는 의뢰인은 단지 소송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단지 해결책을 알고 싶거나 또는 위로를 받고 싶어 오시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미 변호사 상담은 많이 받아 봤어요. "



그녀도 처음부터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에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하여 상담도 몇 번 받았고 이미 증거가 없는 한 소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에 또 이런 일들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꼭 증거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였다.


그녀는 우연히 브런치에 게재되어 있는 나의 글을 읽고 나를 알게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브런치의 어떤 글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최근에 브런치에 글을 잘 쓰지 않는다. 현재 브런치의 글들을 대부분 블로그에 있는 글들 중에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옮겨 놓거나, 또는 사진 위주의 여행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짧은 시간, 그녀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지 생각했다. 비록 소송까지 진행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시간 속에서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면에서는 인연이 아닌가, 그렇다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기운을 주고 싶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는 것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은 그 사람들에게 나는 더 이상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말한 바와 같이 '증거'가 필요합니다. 고소든 소송이든 증거가 없다면 변호사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현재 변호사로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지금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어디를 가나 나는 혼자이고 나의 편은 아무도 없으며, 상당히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상한 소문에 휩싸여 새로운 직장을 간다고 해도 무척 괴롭기만 할 거예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님이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한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나아지지는 않아요.


저는 **님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더 이상 남들을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 **님은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보는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고, 또 그들이 잘못된 소문을 들어 날 음해하는 건 아닌지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나의 자존감만 낮아질 뿐 그들에게서 내 편을 만들기는 어려워요. 이 상황에서 나가기 위해,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만 신경 써보는 거예요. 물론 외롭고 고독하며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어요. 우리가 보는 친해 보이는 그들도 실상은 외로워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진정한 친구들은 점점 더 없어지거든요. 그러니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날 음해하는 그들도 각자 외로울 거예요. 그렇다면 더욱,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모두 혼자니까요. 스스로를 좀 더 아껴주세요. 남들에게 인정받는 나가 아니라, 나에게 인정받는 나가 될 수 있도록.


그녀는 한참 나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존감을 높이려는 책을 많이 읽어 봤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날 이미 많이 생각했던 것들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날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자라죠. 그런 사람들은 이미 자존감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부일 뿐이고(생각보다 정말 많지 않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죠. 어떤 경우에는 인정은커녕 부모님이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존재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게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결핍을 가지고 자라겠지만, 결국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자존감을 갖게 되는 거예요.


그러려면, 우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아가 확고하게 있어야 하죠. 나 스스로의 자아가 있어야 나를 제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들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에 일일이 반응을 할 필요는 없죠. 나의 시간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그런 시간에 나는 스스로의 시간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합니다. 피아노를 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면, 그냥 나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며 나의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 같아요.




요약하면 이렇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에의 시선을 어느 정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거나, 이유 없이 날 싫어하는 사람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받아들인다. 그 과정은 처음에는 무척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혼자 있으면서 많은 것들이 자유롭고 정리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가 그 시간 속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시간들이 반복되면 분명 나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한 두 명 정도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나에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이미 결핍에서 많이 해방되어 있으며,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 '나의 편은 한 명도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다. 다만 나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어쩌면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잘 보고 있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누구나 결핍과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이미 지난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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