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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형 Feb 26. 2022

갖고 싶은 습관을 갖기란 어렵다

새로운 습관을 내 삶에 초대하는 방법에 대한 짧은 고찰

습관이 내 마음대로 생겨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습관들은 보통 원하지 않은 때에 생겨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떠는 일이라던지, 초조하면 입술을 물어 뜯는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반면 우리가 원하는 습관들은 쉽게 생겨나지 않습니다. 예컨대, 야행성인 제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 같은 것들은 갖기 어려운 것입니다. 아니, 그것을 습관이라 부르는 것조차 낯선 일입니다.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할 수 있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긴장하면 다리를 떠는 일 처럼 내 의지가 섞이지 않고 벌어지는 습관처럼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달까요.


문제는, 그 습관이 갖고 싶어졌다는 것입니다.


우선 가장 갖고 싶은 습관은 세 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 둘째는 수시로 책을 읽는 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꺼이 운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눈 앞에 들어온 책상 위 작은 책장. 남의 책장 구경하는건 재미있는 일이라면서요?

이 세 가지를 습관처럼 갖게 된다면 저는 아마 여러분에게 뉴스레터가 아닌 위인전을 쓸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여러분 이곳에 칸트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제 시간에 일어나 독서를 하며 랫풀다운을 하는 위인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요.


습관이 의지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언제였던가, '잘 짜여진 계획은 독한 다짐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계획은 이미 위인이지만, 그것은 독한 다짐만으로는 실행되지 않는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문득, 제가 갖고 싶지 않았던 습관들 혹은 저도 모르게 생긴 습관들이 생긴 과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리는 왜 떨까요? 이유는 다리가 너무 떨기 쉽게 몸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수시로 간식을 먹을까요? 이유는 간식이 손이 닿는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습관이란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의 것들을 무의식으로 붙잡는 일.


그렇다면 갖고 싶은 습관들에게 아주 조금의 다정함을 더해 주어야겠다. 습관이 될 수 있게 주변을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란 읽겠다는 의지보다, 가까운 곳에 손 뻗으면 읽을 수 있는 책을 두는 것.


크고 멋진 책장보다, 책상 위의 작은 책장. 아니 그보다 더 작은 북엔드에 책을 한 두 권 놓아두는 것. 머리 맡에, 침대 옆에 읽다 말아도 좋을 책 한권을 두고 수면제로 쓰는 것.


운동을 하려면 멋진 체육관을 구하는 것 보다, 방을 오가는 문간에 철봉 하나 달아두는 것.


턱걸이를 땀 내어 하지 않고 한 두번 하더라도 뿌듯한 마음을 갖는 것. 괜히 한 번 오가는 길에 철봉을 툭- 치고, 그러다 내키면 턱걸이를 한 번 하고 내려오는 가벼운 마음을 갖는 것.


습관이란 스스로에게 다정한 마음으로 내 주변을 가꾸는 일. 습관이 없는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한 번 더 신경써주는 일.


마치, 눈 오는 겨울에 운전하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전화 걸어 안전 운전을 당부하는 일처럼,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마음을 갖는 것.


그렇게 저는 스스로에게 다정한 마음으로 주변과 환경을 바꾸어 나가며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하나 알아내었습니다.


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마음은 어떻게 가꾸었냐고요? 아침에 내 이야기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다정한 마음을 갖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구독자님이, 제 습관의 이유입니다.


*이 글은 뉴스레터 검치단 Playlist & Letter 에서도 함께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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