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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주도 여행 1. 한남시험림

제주의 숨겨진 힐링 숲 - 한남시험림 2019.10.31

by 연두씨앗 김세정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찾고 바로 달려간 곳은 제주의 숨겨진 힐링 숲!

한남연구시험림이었다.


한남시험림 산책로

이곳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려니 숲길'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다.

한라산 남동쪽에 위치한 사려니 숲길은 상시 개방인 반면에 남쪽에 위치한 한남 연구 시험림은 인터넷 예약제로 한시적(5월부터 10월)으로 개방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한남시험림은 어떤 곳?

한라산의 남동사면 해발 300~750미터에 위치하며 지역 내 사려니오름(524m), 거인악(529m). 마분악(425m)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평탄하다. 연 강수량은 3,000mm 정도로 많은 편이며 온대와 난대, 아열대의 기후 특성을 함께 가진다. <산림청 홈페이지 참조>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2-1 등 2필지

연락처 : 070-4253-1100

산림청 홈페이지 참조






이곳의 산림면적은 여의도 면적보다도 큰 규모라 했다. 숲 해설사는 빠르게는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겠지만 이곳에서만은 '느림'의 미학으로 천천히 둘러볼 것을 추천하였다. (5시가 마감이므로 4시 30분까지는 내려와야 함.)

10월의 마지막 탐방객들 사이로 초1 학년 큰 딸.


여기 있는 대부분의 소나무들이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젊은 소나무라고 했다.

(대략 40~50년 정도 된 소나무들이라고 했다.)



산수국 - 수정이 끝나서 큰 꽃잎들이 뒤집어 있다.

한남 연구 시험림에서 만난 산수국!

우리가 보통 수국이라 생각하면 도시 여인의 화려함 같은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수국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 만난 산수국은 시골 아낙의 청초 함 같은 수수함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N 포털사이트 속의 수국 사진들


수국은 토양에 따라 색깔이 변하기도 하는데 알칼리 성분이 많은 토양은 꽃이 분홍색 산성 성분이 많은 토양은 꽃 색깔이 푸른색이 된다고 한다.
수국 축제 때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색깔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런 수국들은 알칼리성 비료의 색깔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색이라고 한다.


화려하고 큰 꽃 (무성화) vs 작은 별처럼 귀여운 꽃 (유성화)

수국을 자세히 보면 꽃이 두 가지인데 가운데 작은 꽃들(유성화)과 화려하고 큰 꽃(무성화)이다.
가장자리의 꽃은 실제로 수정을 할 수 있는 꽃이 아닌 무성화이고, 벌과 나비를 불러오는 역할만 하고 이 역할이 끝나면 꽃받침을 아래로 늘어뜨린 후 뒤집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뒤집어진 모습은 '나는 수정이 끝났으니 오지 마시오'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진은 위쪽에 첨부)



어린이(5세, 8세)가 탐방객에 포함되었기 때문일까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다.

아마 어른 걸음으로 부지런히 가면 2~3시간에 끝나겠지만 꽃도 보고, 풀잎 냄새도 맡고, 소나무 이끼도 보고, 노루도 보느라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아이들에게 숲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 아빠의 욕심으로 아이들은 엄청난 코스를 걸어야 했다.. 솔직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비추하고 싶은 코스다. 아이들이 어리면 그냥 잘 닦인 탐방로가 나을 듯하다. 피톤치드를 충분히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


독성이 있는 식물 - 천남성


"여보, 저기 열매 봤어? 처음 보는데 되게 신기하게 생겼다."

남편이 식물을 향해 걸어가려는 찰나 나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 예쁜 것들은 독이 있어. 딱 보니 독초 구만. 아무것도 손대지 마 "

(식물에 대한 질투는 아니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독이 있는 생물들이 색이 화려하다는 건 어디서 많이 주워들은 기본 상식이 아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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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 보면 빨갛고 예쁜 앵두를 닮은 동그란 열매가 뭉쳐있는 식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바로 '천남성'이라는 식물.

과거에 사약(독약)의 원료로 쓰였다는 독성이 강한 식물이므로 특히 만지거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살짝 만지기만 해도 손이 부풀어 오르거나, 혀에 살짝 대기만 해도 바로 마비가 올 정도로 독성이 있다 하니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 무척 좋아하는 남편은 저 귀여운 열매를 따다 주면(=알고 보면 독초)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열매를 따다가 하나씩 주려고 했다는 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이들은 작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하물며 그것이 돌멩이라 할지라도 소중히 보석처럼 간직한다.

탐방로를 걷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귀여운 돌멩이 찾기'놀이는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정낭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중간쯤에 멈춰서 잠깐 퀴즈가 이어졌다.

"이것의 이름은 뭘까요?"

누군가가 '정낭'이라고 외쳤다. 정답은 정낭. 그런데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고교시절에, 대학시절에, 하물며 3년 전에도 제주도를 왔다 갔건만 그 사이 잊어버리고 있었다.



정낭이란?

정낭은 제주도만의 독특한 대문 형식. 구멍이 세 개 뚫린 돌을 양옆에 세우고 가로로 나무를 끼운다.

맨 아래 하나가 끼워져 있을 때는 마을 안에 마실을 간 것이고, 두 개는 이웃마을 정도에 가 있을 경우, 다 끼워져 있을 때는 먼 거리로 출타 중임을 의미한다. 모두가 내려져 있을 때는 주인이 집에 있다는 표시.

[네이버 지식백과] 바자문과 정낭 (한옥 전통에서 현대로(한옥의 구성요소), 2008. 8. 7., 조전환)


걷다가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 서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급하게 사진기를 꺼내 무언가를 찍었다.

'뭔가가 있구나.'

아이들과 걷느라 뒤쳐져있던 우리는 부지런히 앞으로 달려갔다.

바로 '노루'였다. 자연에 사는 야생 노루.

잠시 사람들 경계하면서도 계속 와서 구경하는 것 보면 노루도 우리 탐방객이 꽤 신기했나 보다.



한남시험림 = 노루 숲?

여기서 잠깐 노루 문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아주 쉬운 문제.

뿔이 있는 노루는 수컷일까? 암컷일까?


퀴즈 좋아하는 큰 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수컷!"

정답이었다. (이건 꽤 쉬운 문제.)


노루의 뿔은 행운을 가져온다고 해서 아주 귀하다고 했다. 뿔은 수컷에게만 있으며, 3개의 가지가 있는데, 노루의 뿔이 저절로 떨어졌다가 새로 날 때 더 단단하고 개수도 많아진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노루의 뿔은 언제 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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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12월 중에 하나!)


잠깐 고민하더니 이번에도 우리 큰 따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10월!"

"정답! 10월과 거의 비슷한 10월 말에서 12월 사이에 떨어지고 5~6월쯤에 새로운 뿔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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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중에 그래도 찍어는 꽤 비슷했다.

모든 탐방객이 어른 소녀를 위해 박수를 쳐줬고, 우리 딸 어깨에는 '어깨뽕'이 단단히 들어갔다.

"노루 박사네. 노루 박사."


노루 박사라는 말을 듣고 힘을 얻은 딸은 그 뒤로 숲 해설사를 종종 쫓아다녔다.

걷는 걸 무척 싫어하는 아이인데 무슨 일인지 씩씩했다.

숲 속의 나무들 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주변은 어둑해졌고, 우리는 서둘러 차량으로 돌아왔다.

한남 연구 시험림 주차장 앞 흔한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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