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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1

<3년 만에 올리는 브런치 합격 후기!>

by 연두씨앗 김세정

'나 브런치 하고 싶어.'

"응, 먹어!"

친언니는 카톡에 나는 아무 의미 없이 답장을 보냈다.

'먹는 브런치 말고 다음(daum)에 새로 나온 블로그 같은 건데 이름이 브런치야.....'


그게 내가 접한 브런치의 첫 시작이었다.

이번에도 언니였다.


나의 언니는 어릴 적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겨했다.

그렇게 뭔가 사색에 빠진 모습이 멋져 보여서 나도 언니 옆에 앉아 종이에 글자를 끄적거리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런 생각이 안 떠오르면

언니의 연습장을 살포시 열어 좋은 글귀가 있는지 찾았다.

언니는 나보다 감수성도 풍부하고 표현력도 좋은데 글을 쓰지 않은 게 참 아쉽다.

언니에 비해 나는 감수성이나 표현력은 좋지 않지만 보기 좋게 다듬는 편집의 기술이 있다.

언니의 감수성과 나의 편집력을 합쳐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했던 게 내 브런치의 첫 시작이었다.


언니는 브런치를 하고 싶은데 떨어질까 봐 도전을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떨어지면 어떠냐고 해보라고 했다.

'너는 문창과에 작가 생활도 하고 책도 냈으니까 한 번 해봐. 나보단 유리하잖아.'


언니가 볼 때는 어쩌면 한 때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내가 '공무원'인 자신보다 더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했다.

"네가 한 번 해봐."

"그럼 같이 해보자."

모처럼 자매가 합심하여 사이좋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우리 자매는 보기 좋게 낙방했다.

브런치 탈락.JPG 브런치 신청 후 첫 탈락 2015.11



언니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당시 나는 크게 낙담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책임져야 할 두 아이가(4살 1살) 있었기에 낙담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잊혔다.

그렇게 육아의 하루들이 이어졌다.



"나 요즘 브런치 시작했어."

오랜만에 연락이 온 지인 언니에 전화를 받기 전까지 나는 브런치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언니 대단한데... 사실 나도 응모했다가 떨어졌어."

그 말에 언니는 큰 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나도 떨어졌었어. 다시 도전해서 된 거야. 다시 해 봐. 할 수 있어."


그리고 다시 6개월 만에 새롭게 기획서를 쓰고 새롭게 글을 올렸다.


브런치 성공.JPG 2016년 7월 드디어 합격!


6개월 만에 재도전 후 합격했다.

딱히 새로운 게 추가된 게 아니었다.

글 좀 썼다는 자만감을 버리고, 열심히 쓰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나 스스로 브런치를 쓴다는 데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첫 탈락'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검색하면 다양한 합격수기와 탈락 수기가 나온다.


'성의'를 보여야 허락해주는 시스템

'작가'라는 타이틀을 돌려준 곳.


브런치에 오면 나는 작가가 된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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