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나도 죽을 때 내 이름 담긴 작품들 몇 개 남기고 싶다.
그래서 끄적끄적 열심히 써보려 한다.
목숨이 다하여 육신이 썩어지는 대로
세상에서 잊히길 바라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남기든지
기록될 만한 일을 행하라.
벤저민 프랭클린.
브런치를 하다 보면 꽤 근사하고 멋진 글을 많이 보게 된다.
와 이 사람 대단한데?
정말 잘 썼는데?
이해가 쏙쏙 되네.
나는 그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도 하며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들은 글을 업으로 하여 이미 자기의 위치를 잡은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그중 어디에 속하는 사람일까?
한 때 나도 문학을 배우며 소위 글로 밥을 벌어먹는 글쟁이였다. (물론 과거형이다.)
그렇다고 내가 현란한 글솜씨를 가진 사람이다. 그건 아니었다.
그저 그냥 술술 읽기 좋은 글. 읽기 편한 글쓰기를 하는 정도였다.
내가 문학을 전공했고, 글로 밥벌이로 했다고 하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 채 외친다.
"어머 글 잘 쓰시겠어요~"
"아니에요. 전공만 한 거죠."
전공자라 글을 잘 쓰겠다는 말에 나는 금세 움츠려 든다.
그렇다. 우리 학과에는 정말 많은 전공생이 있었고, 그중 꽤 잘 쓰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그냥 보통 학점의 보통 성적의 보통 수준의 글쓰기를 가진 평범한 학생이었다.
다행히 그것은 방송작가라는 직업과 어울려져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알려주는 생업으로 연결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방송을 접고 집으로 들어왔다.
어쩌다 친구 소개로 출판사에서 책도 3권 출판했다.
첫 아이가 100일이 될 무렵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왔지만
아이를 기르는 게 더 중요했기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 후,
아이가 자라는 걸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100일이던 아이는 8살이 되어 학교에 갔다.
아이는 자랐지만 나는 아직도 예전 그대로였다.
동기들을 보면 애니메이션을 쓰거나 소설가로 등단하거나
혹은 드라마를 쓰며 자기 일을 해내는 멋진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냥 동떨어진 섬(우리 집)에 살며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거 구경하는 게 다였다.
아이가 생기면서 내 친구 대신, 아이의 친구들을 만났다.
(물론 친구들은 종종 말한다. 넌 애를 다 키웠잖아. 그게 제일 부럽다. 나는 언제 낳아서 키우나.!)
아이 vs 사회적 성공!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하나?
아니면 둘 다 누리려면 얼마나 악다구니를 써야 할까.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선택했다.
내가 아마 일을 계획한다고 해서 엄청난 업적을 이뤄낼 만큼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란 건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으면 프로그램 하나는 내 이름을 달고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을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작가는 나중에도 노력하면 될 수 있지만, 아이가 자라는 건 정말 순간이니까....
그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다.
대학시절, 10년을 줄기차게 글을 쓰면 성공할 거란 옛 스승의 조언이 있었다.
10년의 마법이라고,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정도에 오를 거란 얘기.
쉬지 않고 방송일도 10년 만했으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마 몸과 마음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같이 일하던 작가 언니는 아직도 열심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아이는 친정엄마 찬스)
같이 하자는 말에 나는 늘 고개만 좌우로 흔들어댄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다.
그 세상에 날고기는 수많은 사람들 있는데 10년을 치열하게 글쓰기를 한 것도 아니고
삶조차 슬렁슬렁 살아온 내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연습을 하기 위해서...
뭐라도 하나 써봐야겠다.
날마다 머릿속에서는 아이디어가 넘치는데 실천력이 0%다.
오늘 브런치를 하다가 우연히 본 글에서 희망을 찾았다.
매우 잘 쓴 글인데 본인은 자신의 글에 대해 겸손했다.
브런치를 하는 대부분의 멋진(?)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대단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단해 보이는 글을 쓰기 위해서 몇 번의 퇴고 작업을 하면서 글의 질을 향상하고 있다.
"나 이제부터 브런치라는 데 글 쓰기로 했어."
"그게 뭔데? 돈 줘?"
"돈은 안 주는데..."
몇 년 만에 글쓰기를 시작한 딸에게 엄마가 뱉은 첫마디였다.
사실 글쓰기 하는 사람 중에 돈 많이 벌고 싶어 시작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돈을 잘 벌고 많이 벌려면 글보다 다른 일을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글쓰기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마음의 안식이다.
(물론 글을 잘 써서 돈이 저절로 따라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극히 소수라 할 수 있다.)
나는 자금 누구보다 행복하다.
삶이 풍족하다기보다 마음이 풍족한 것이다.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라는 질문에 나는 말했었다.
"행복한 사람이요."
세상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성공한 사람보다 더 좋은 게 행복한 사람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는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브런치에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뭐라도 쓰자는 생각이었다.
'하나씩 쓰다 보면 언젠가 한 권이 되지 않을까?'
멋지게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계속 뭔가를 쓰게 하는 매력...
그게 브런치의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