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을 못쓰는 이유..1

다시, 꽃피는 계절이 왔다. (1)

by 연두씨앗 김세정

나는 예전부터 소소한 잡담 같은 글을 쓰길 좋아했었다.

딱히 주제가 있지도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기.

골치 아프지 않은 이성보다는 감정 가는 대로 쓰는 글.

머리 아픈 일들은 키보드 자판기에 타닥거림과 함께 사라져 갔다.

아니,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싸이월드가 망하게 되어서? 아니면 사는 게 바빠서? 아니면 더 이상 불행하지 않아서?

나는 행복할 때는 글을 쓰지 않는다.

행복한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데 모든 시간을 다 소비한다.



그러면 그 순간 행복의 기억은 오래되고

어느 날 불행하고 슬픈 순간이 오면, 그 기억을 꺼내어 위로받는다.

일종의 기억 저장창고에 저장해놨다가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는 스타일이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전처럼 머릿속에 있는 자유로운 생각을 써보고자 한 것이었다.

결혼과 육아를 하다 보니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나의 가족들)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했다.

물론 부지런히 중간중간 글을 쓰면 되었겠지만... 나는 그 순간의 감정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행복한 기억은 행복한 대로, 슬프면 슬픔으로...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글을 쓰는 편인데...

항상 글을 쓰기도 전에 새로운 사건이나 할 일이 생겨버렸다.

나는 버퍼링이 아주 아주 긴 편이다. 로그인되는 순간, 로그아웃이 될 시간이 돼버린다.


그리고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 글을 쓰게 되더라도 글을 쓰는 것이 쉽지가 않다.

우연히 날아온 브런치의 다른 글을 볼 때마다 위축되면서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좋은 기획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글을 더 못쓰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그냥 꾸준히 써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브런치를 하면서

처음엔 봐주는 이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자유로웠고,

독자가 생기니 글 쓰는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조금 더 독자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조금 더 자유롭게 쓰고 싶다.


하루에도 나는 머릿속에 수십 개의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하지만 그것은 곧 1~2시간 안에 기억 너머로 사라진다.


어느 날인가는 이건 전에 했던 생각인데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 언제 왜 하고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음편으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