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꽃 피는 봄이 왔다.
나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습관처럼 기록하는 버릇.
소중한 기억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글을 쓰게 된 첫 번째 이유였다.
지금도 내게는 소중한 기억들이 마구 지나가고 있다.
지금의 추억이 예전보다 더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과거의 기억은 지금이 아니면 아예 사라지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 든다.
꽃이 피고, 봄이 왔다.
봄을 기다리던 나는 27살, 이별로 만신창이가 된 여자였다.
사회초년생, 홀로 자립하기는 했으나 아직은 위태로운 그녀는
날마다 3편~5편의 일기를 적어 내려갔다.
누군가와 얘기하는 대신 조용히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그때에 비해 육체와 정신적으로 안정되었다.
그런데 아주 가끔 결핍이 느껴진다. 아주 미묘한 '가슴 뛰는 두근거림'이 없다.
글을 쓰던 그때도 자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바닥에 깔려있다가
내가 브런치를 켜고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넘실대서
결국 발행은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저장하고 나와 버렸다.
오늘도 글쓰기는 포기해야 할까?
그러던 찰나,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연상을 잘한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예를 들면 길가에 흐드러진 '벚꽃'이나, 아주 시원하게 그냥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같은 것들.
5월의 꽃향기에서도 옛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종종 시간여행을 떠난다.
기억력이 좋은 나, 그리고 상상력이 좋은 나는
조용히 혼자 있을 시간이 되면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가 그 시절에 잠시 담겨있다 온다.
오고 나면 나른하고 피곤하다.
봄이 왔다.
여의도에 흩날리던 벚꽃이 생각난다.
나란히 벚꽃을 보며 얘기하던 내가 보인다.
조금 신났나? 조금 설레었나? 아니면 조금 슬픈가?
나의 표정은 보이지 않고, 나의 발걸음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인파 속으로 두 사람이 걷고 있다.
그러나 누구와 였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벚꽃이 흩날리고... 날리는 꽃잎을 손으로 잡아본다.
그리고 잡은 벚꽃에 소원을 빈다.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빌고 빈다.
내가 가장 원하는 소원...
누군가를 원하는 것도, 뭐가 되고 싶은 것보다 가장 좋은 소원
'행복하게 해 주세요.'
벚꽃은 항상 똑같은 내 소원을 듣고 바람결에 사라진다.
올해도 벚꽃을 보며 소원을 빈다.
지금의 '행복한 순간'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내가 지금 글을 못쓰는 이유..
'행복한 이 순간'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기에 그것을 조금 더 즐기고 싶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