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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동화 <두나의 일기>

혼자가 된 날

by 연두씨앗 김세정


나는 오늘 학교에 갔다.

아이들이 교실에 우르르 몰려있다가 제자리로 갔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교실.


어제 나와 티격태격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던 반장의 얼굴이 쌩하다. 뭔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청소를 했는데...

왜 매번 그녀가 시키는 대로 다른 곳도 더 하고 또 해야 하나

순진하고 순종적인 나는 어제 그녀에게 반항을 했다.

그녀의 달덩이 같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나에게 잘난 채 한다며 씩씩댔다.

잘난 거 없는 내가 잘난 체를 할 게 있을까.

나는 억울한 부분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녀는 내게 화가 잔뜩 났다.

왜 화가 났었더라?

그녀가 시킨 구역 청소를 안 하고 내 구역만 해서?

아님 그녀가 시키는 작은 심부름에 대한 나의 반항?

아니면 그녀에 대한 나의 폭로로 선생님께 들은 질타 때문에?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나있다.

이제 갓 8살이 된 그녀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나는 고개를 더 숙였다.

책상에 고개를 박고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빨리 수업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학교가 싫었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지나던 친구에게 간단한 질문을 했다.

친구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급히 자리를 떠났다.

왜 그런 지 알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르던 친구들도 오늘만은 잠잠했다.

나는 그들이 모두 누군가에게 '지령'을 받거나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 종일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도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오늘따라 선생님의 시선조차 나에게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의 나이는 8살...


나는 학교가 별로 즐겁지 않다.

학교를 빠지고 친구랑 들판에서 놀다가 엄마에게 빗자루로 맞았다.

하지만 내일도 나는 학교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매일 틀리는 받아쓰기 시험도 싫고 그게 그거 같은 수학 시험 문제도 싫었다.


시험지에 동그란 눈송이 대신 소나기가 내릴수록 내 마음에도 비가 내렸다.

나는 틀린 만큼 문제를 풀고 남보다 늦게 가야 했다.

어차피 엄마는 집에 안 계신다.

늦게 가나 빨리 가나 급할 건 없다.


아이들이 전부 빠져나간 빈 교실...

속상하다.

매일 가는 답답한 학교도 싫고 반장에게 모든 걸 맡기고 학생에게 관심 없는 선생님도 싫고 반장 말만 믿고 하루아침에 변한 친구들도 다 싫었다.


나는 겨우 8살이었는데 세상이 아주 진저리 나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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