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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y 11. 2021

[책 리뷰] 재미의 발견

'재미'의 원리를 굳이 파고들어 친절하게 설명해준 책~

한줄평 : '재미'의 원리를 파고 들어 친절하고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준 책!

굳이 갬성(?)을 담아보고자 찍은 이상한 구도?


 4월 말, 집으로 택배가 도착했다.

아무 의미 없는 나의 브런치에 가끔 오셔서 '라이킷'을 눌러주시던 작가님이 새로 낸 책이었다.

나는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한다.

누구와도 편하게 친해질 수 있지만, 깊게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다.

많은 브런치의 작가들이 새 책을 내고 작품이 나오지만 모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가님의 책은 조금 궁금했다.

브런치를 자주 방문해서 잘 아는 분은 아니지만, 뭔가 딱 꽂히는 부분이 있었기에 기억이 확실하게 남는달까?


브런치에 가서 우연히 읽은 시가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심사위원들을 깔깔 웃게 한 패러디라는 제목의 글에 소개된 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와 곱창과 흰 쌈무>

(잠시나마 문학도로서 저명한 시인들의 시를 재미로 패러디하는 것에 나 스스로는 약간의 죄책감이나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어서 쓰고도 혼자 읽거나 가까운 친구들과 공유했던 나로써 백일장에 이 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이 시는 참 잘 지었다. 장난스러움 보다는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도 잘 짜여있고, 나름 진지해서 그 자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만 읽어도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 시를 읽고, 이 정도 시를 지은 정도의 사람이면, 나와 뭔가 '코드'가 맞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을 사귀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친구가 있다. 특히 웃음 코드가 비슷하면 금방 절친이 된다.

아무 말이나 해도 '빵빵' 터지는데 어떻게 절친이 되지 않을 수 있는가?

반대로 그냥 보고만 있어도, 그냥 듣기만 해도 재미있은데 어찌 안 찾을 수가 있을까?


<재미의 발견>을 읽으면서 사실 새로운 것은 없었다.

대부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다만 그것을 명확하고 조리 있게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위해 작가는 광범위한 예시를 들어준다.



어릴 적부터 나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그런 말이나 행동들이 어떤 효과를 일어키는 지 그런 것들에 대해 혼자 공부하곤 했다. 크게 '유혹'과 '설득'의 심리학이었다.

 

 아주 잠시나마 화려한 연애(?)도 해보고, 방송국에서 나름의 커리어(?)도 쌓으면서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이 이 책 안에 모두 나왔다.

 나의 소개팅의 애프터 성공률의 비법은 이 책에 있는 '특이'에 있는 것들이었고,

방송국에서 방송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법도 이 책에서 끊임없이 추구하는 '재미'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재미의 공식을 알고 있다. 그것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통한다는 것은 내가 살면서 실제로 겪어본 진실이다.

작가는 이 재미있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393페이지의 긴 책을 썼다. 이 공식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 공식을 아는 나로서는 너무 친절하게(?)또한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간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했는 지, 그리고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 조사를 했는지 느껴지는 건 내가 너무 작가적 시선으로 보는걸까.)


 나는 어릴 적 조용하게 얌전한 아이였다.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고, 모두와 두루두루 친한 편이었다. 그러나 아주 가끔 나를 좋아하는 열성팬(?)이 한 번 씩 생겼다. 나는 그들에게 이 책에 있는 잔기술(?)을 가끔 써먹어본 적이 있다. 그럼 그들은 '빵'하고 웃음을 터트리거나 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계속 집중하며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었다.

 한참 열심히 말하다가 상대가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끝을 말했는데 재미없으면 어쩌지?' 하며 걱정된 적도 많았다. 내 이야기는 그렇다 별 이야기 아닌 것처럼 술술 말하면서 중간에 포인트로 '빵' 터뜨릴 만한 것들을 숨겨놓는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절대로 그 앞에 내가 숨겨놓은 것들을 듣는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릴 적 친구와 '함정 놀이'같은 걸 한 적이 있는데 모래놀이터 가운데 물을 부어 구멍을 내고 그 위에 나무 가지를 올리고 풀을 올리고 흙을 덮은 다음 상대가 그 위를 지나가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 내가 함정을 만들었다는 걸을 알면 바닥을 예의 주시하겠지만,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 재미있게 웃으며 걷다가 '뿅"하고 함정에 걸려들고 말 것이다. (함정은 구덩이를 만들 땐 절대 깊게 파서는 안된다. 다치면 재미가 아니라 아니라 사고가 되니까...)


 어찌 됐든 나의 책을 읽은 감상은 이렇다.

 내가 아주 오랜 시간 걸쳐 알아낸 비빔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누군가가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인스타에 올린 느낌?이랄까?

'아, 내 재미의 비밀이 공개되었으니..... 이제 사람들을 집중시킬 다른 방법을 또 공부해야 하는구나.'


p.116

 인류가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 후 생겨난 예술은 시와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영업비밀 역시 줄곧 특, 전, 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은 그 '재미'를  다시 한 번 추구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나는 '진지한 편'이지만 '장난'도 좋아한다. 진지한 아이가 치는 '장난'은 생각보다 귀엽다.

늘 치던 장난도 아니고, 안 그럴 것 같은 아이가 시치미 떼면서 하기 때문이니까


갑자기 남편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처음 만나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 여자, 뭐지?' 하는 세상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마 남편은 아주 오랫동안 내가 그 날 한 행동에 대해서 고민했을 것이다.

내가 했던 첫 만남의 '특이'한 행동이 지금의 인연을 이어줬다.


나는 <재미의 발견>의 작가님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분은 문화부 기자였고, 그런 경험을 통해 책을 출간했던 작가라는 것. 정도이다.

더 들어가 보자면 고교시절 내 마음에 딱 드는 시 한 편으로 백일장에서 상을 탔다는 것을 미루어 보아 문학에 관심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나도 친구 따라 백일장에 갔지만, 모두가 다 백일장에 나가는 것은 아니므로.)

그리고 책을 보고 든 느낌은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글을 오랫동안 써오면 내가 느낀 것은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이듯이, 글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꾸미고 바꿀 수는 있지만, 글과 글을 쓴 그 사람은 많이 닮아있다.

 어려워 보이는 단어,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주는 부분에서 참 친절한 글이구나 싶었다.


나도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읽고 기초를 잡아둔 다음, 뼈대에 살을 붙이면 될 것 같다.

조사도 많이 하셨고, 정성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다.


문득 나도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 진다.

브런치에는 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보고 싶은 글'을 읽는다.

그저 누군가의 우연한 발걸음으로 선택한 글이 아닌 굳이 찾아와서 보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짧게 재미에 대해 깜짝퀴즈~

Q. 두 사진 중에 재미있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사진1). 원숭이가 카메라를 들고 직접(?) 셀카를 찍는다.


사진2) 원숭이는 단지 과자를 먹기 위해 손을 뻗었다.

  

 아마 모두 1번 사진을 더 관심있게 볼 것이다.

사람들과 셀카 찍는 원숭이 VS 원숭이와 사진 찍는 사람들

당신은 어떤 사진을 보고 싶은가?

궁금한 것도 1번이고, 사진을 보고도 재미있어 하는 것도 1번일 것이다.

우리 일상 중에 재미를 찾는 방법은 아주 많다.


맥주의 맛이 쓰다?  인생의 맛이 쓰다?

흔하게 지나가는 광고판에서도 우리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재미의 발견>을 읽고 일상의 재미를 발견해보자.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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