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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벚꽃엔딩

봄의 길목에 서서....

by 연두씨앗 김세정

벚꽃엔딩

/ 김세정


벚꽃이 지니 마음이 슬퍼요.

당신은 이해할 수 없겠지요

하늘이 맑아 기분이 좋은 날

떨어진 벚꽃잎이 슬픕니다.

벚꽃이 떨어지지 않으면

새잎이 돋지 않거늘


사랑이 지니 마음이 슬퍼요

당신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은 날

시들어 버린 사랑이 슬픕니다.

헤어짐이 있다면

새로운 만남도 있겠지요


꽃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가야 할 때가 되면

안녕이라는 인사도 없이

예고도 없이 사라집니다.


끝난 사랑은 미련이 없어요

언제인지도 모르게

안녕이라는 인사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나갑니다.


이제는 벚꽃이 질 시간

당신과의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다음에는 조금만 더 오래

곁에 머물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른 봄과 함께

속절없이 져버린 꽃잎이

만개하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내 마음 같아서 슬픕니다.


아직 예쁜데 나무에서 떨어진 벚꽃잎.
파란하늘과 예쁜 벚꽃이 너무 예쁩니다.
벚꽃이 활짝 활짝 피었습니다.
벚꽃비가 내렸습니다.
벚꽃이 진 자리에 나뭇잎이 돋아납니다.




"내일은 비가 올 거야."

"왜?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곧 주말이잖아. 벚꽃도 이렇게 활짝 폈고, 그러니깐 내일은 비가 와서 벚꽃을 몽땅 떨어트리겠지. 벚꽃 필 때 비 안 오는 거 봤어? 벚꽃 보려면 주말에 가면 안 돼. 주중에 가야 벚꽃을 겨우 볼 수 있단 말이지."


몇 년간 벚꽃이 핀 동네에서 살아보며 느꼈던 나의 벚꽃에 대한 엉뚱한 지론(持論)이었다. 추웠다가 조금 따뜻해져서 움츠렸던 고개를 펼 쯤에 벚꽃은 활짝 폈다.

파란 하늘과 연분홍 벚꽃은 보기만 해도 행복할 만큼 아름다웠다.

아침 시간,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벚꽃사진을 찍는다.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꽃 사진이지만, 이 시간이 짧을 것임을 알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벚꽃을 조금 더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는데...

조금만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비가 내리고 만다.

봄비가 오고 따뜻해질 봄 날씨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만,

봄비에 힘없이 떨어질 벚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벚꽃은 예쁘다. 벚꽃은 슬프다. 벚꽃은 왜 슬플까. 벚꽃은 떨어지니까. 벚꽃이 왜 떨어질까?. 새 잎이 돋아나야 하니까. 그런데 나는 이 벚꽃을 보내고 싶지 않다. 이 아름다운 벚꽃을 잡고 싶다. 이것은 벚꽃의 욕심이 아니라 나의 욕심이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욕심을 부려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내가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벚꽃처럼 때가 되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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