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살면서 힘들 때마다 무심코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말한다. 아직 다 산 것도 아닌데... 쉽게 쉽게 인생에 대해 평가하고는 한다.
누구든 자기 인생이 소중하다. 일부러 좋은 것을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선택'을 하며 살지 않는가? 비록 그 '선택'의 결과가 좋지 못할 지라도...
Q. 이 책은 왜 고르게 되었을까?
오디오북을 듣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싶지 않은데, 뒤에 나올 수도 있는 '좋은 문장'을 기다리는 마음 때문에 포기를 하지 못하겠다고... 굳이 재미는 없는데 다 들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언니가 말했다. "재밌는 걸 들어. 베스트셀러 같은 거 말이야."
오디오북을 고를 때 재미없어 보이는 것을 굳이 고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책에서 어떤 '메시지'나 '재미'를 찾기 위해서 선택했을 것이니.
언니가 강력 추천하는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을 아직 읽지 못했다. 내용만 들어도 너무 재미있어 보이지만 바쁘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비슷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끌렸다. 평점도 좋고 베스트셀러에 안착될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 분명 들어볼 만하리라.
#.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게 된다면 이것 하나만 조심하자.
편하게 흘러 듣기로 선택한 책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너무 힘들었다. 주인공인 서른 중반의 로라 시드, 별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그녀의 아주 우울한 삶이었다. 어릴 때는 조금 특별했고, 다양한 재능이 있었으나 그런 재능들과 꿈을 펼칠 기회를 놓치고 현재는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생활이 이어졌다.
듣기 싫었다. 성우의 리얼한 목소리로 그녀의 치열하고도 우울한 삶을 듣다 보니 나조차도 축축 쳐지고 괴로웠다.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주변에 나에게 우울증을 상담하는 사람들은 가끔 내게 자신의 우울함을 던져주고 사라질 때가 있다. 그들의 우울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괴로워진다. 나는 우울하지 않는데, 그들의 우울이 가끔 나에게 전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 책도 그런 느낌이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거 베스트셀러 맞아? 평점 믿을만할까?' 나는 다시 평점과 리뷰를 둘러봤다. '인생 책' '최고의 책' '재미있다' 호평들이 넘쳐났다. 이 책은 어쩜 내가 참고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일지도 모른다.
목차를 살펴본다. 목차를 보니 그녀의 어둡고 우울한 삶이 한참을 이어질 거라는 걸 알고나니 한숨이 나왔다. 그녀의 우울한 삶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오디오북의 1.2배 속도 조절 버튼을 발견했다. '바로 이것이다.' 나는 그녀의 우울한 삶을 빨리 돌려 듣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다른 삶이 궁금했다. 지금의 우울한 삶보다는 그녀가 살았을 다른 삶들이 궁금했다.
성우의 축축 쳐지는 톤은 1.2배 속도에 좀 더 빠르고 경쾌하게 바뀌었다. 그녀의 스토리에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그녀의 우울한 삶에서 그녀는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이 책은 분명 앞부분의 '고통'을 참고 들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힘들다면 앞부분은 빨리 듣고, 뒷부분으로 가세요. 다만 앞부분은 패스하면 안 됩니다. 바로 그녀의 괴로웠던 삶이 결국 어떤 나비효과가 되어 그녀를 변화시킬지 앞부분을 읽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습니다.)
나는 작가가 '우울증'을 앓았었다는 사실을 작가 소개를 통해 봤다.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니 도저히 '우울증' 경험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세세한 내면 심리를 자세히 묘사해놨다. 그것이 듣는 나로서는 너무 힘들게 했다.
Q.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어떤 내용일까?
더 이상 자신의 하찮고 지질한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주인공 노라 시드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밤 11시 22분. 그가 눈을 뜬 곳은 삶과 죽음 사이의 미스터리한 공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시간은 자정에서 멈춰 있다. 도서관 사서 엘름 부인의 안내로 노라는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았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삶을 살아보며,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 블랙홀이 되는 법
**************************************************************************************
"기운 내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지나가던 사람이 노라의 근심 어린 얼굴을 보며 말했다.
'평생 아무 일도 없었어. 그게 문제야.' 노라는 생각했다.
**************************************************************************************
'평생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때론 문제가 될 수 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했다.
평생 무탈하고 안전하길 원했던 나 역시 '뭐하나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이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
자신이 사라지는 편이 모두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블랙홀 근처에 가면 중력에 의해 그 안에 황량하고 어두운 현실로 빠져버리는 법이다. 생각은 멈추지 않는 마음의 경련 같다. 너무 불편해서 참을 수 없지만, 무시하기엔 너무 강력하다.
**************************************************************************************
- 반물질
**************************************************************************************
와인을 마시고 나니 또렷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번 삶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수영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그중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이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혹은 1주일에 한 시간짜리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혹은 대화가 가능한 인간도....
**************************************************************************************
-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다.
**************************************************************************************
"봤지? 어떤 후회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단다. 가끔은 그냥.... 완변 개구라야."
"왜냐하면 로라, 때로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
**************************************************************************************
- 은하수
**************************************************************************************
그 순간 노라는 깨달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
**************************************************************************************
- 다른 사람의 꿈
**************************************************************************************
로라가 선택했던 삶은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결혼해서 펍을 운영하는 것은 댄의 꿈이었다. 오스레일리아로 떠나는 것은 이지의 꿈이었고,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빠의 꿈이었다....
로라가 북극에 관심이 있었고 빙하학자가 되고 싶어 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뿐마저도 학교에서 앨름 부인과 나눈 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라비린스는 늘 오빠의 꿈이었다.
**************************************************************************************
- 사소한 것의 중요성
**************************************************************************************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어.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결과는 달라져.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
- 새롭게 보는 법
**************************************************************************************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
- 내가 배운 것들 (한때 온갖 삶을 살았으나 지금은 보잘것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쓰는 글)
**************************************************************************************
자신이 살지 못한 삶을 아쉬워하기란 쉽다. 다른 적성을 키웠더라면, 다른 제안을 승낙했더라면 하고 바라기는 쉽다. 더 열심히 일할 걸, 더 많이 사랑할 걸, 재테크를 더 철저히 할 걸,.....(생략)
다른 사람이 바라는 온갖 모습이 내게 있었으면 바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후회하고 후회하고 시간이 바닥날 때까지 한도 끝도 없이 후회하기는 쉽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바로 이 후회가 우리를 쪼글쪼글 시들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살아보지 않고서는 불가능을 논할 수 없으리라. 삶에서 고통과 절망과 슬픔과 마음의 상처와 고난과 외로움과 우울함이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날까? 아니다. 그래도 나는 살고 싶을까? 그렇다.
**************************************************************************************
- 살기 대 이해하기
**************************************************************************************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
**************************************************************************************
삶이 지치고 힘들다면, 아니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한 삶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로라의 또 다른 삶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후회'가 때로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진짜로 살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책을 다 듣고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책 다 읽었어.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