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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 나의 꿈은?

엄마는 뭐가 되고 싶어?

by 연두씨앗 김세정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하던 둘째가 물었다.

"엄마, 나는 나중에 뭐가 될까?"

"글쎄... 뭐가 되고 싶은데? 우리 딸은 어리니깐 원하는 건 뭐든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아직 어리잖아.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배우고 그 길을 향해 가면 되잖아."


문득 아침을 먹던 둘째의 말에 뜨끔했다.

어릴 적 어른들이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우리는 뭐라고 대답했던가?

어릴수록 그 꿈은 찬란했고, 때로는 무모했다.


슈퍼맨이나 공주,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 등 우리가 주변에 흔히 만날 수는 없지만 원대하고 큰 포부들이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꿈은 조금 더 구체적이 되어 간다.

공주나 슈퍼맨 대신에 '의사, 과학자, 선생님, 소방관, 변호사' 등 조금 더 현실적이 된다.

유치원졸업사진 이땐 말만 하면 다 이뤄질 것 같았다:


어릴 때 가족들이 나들이 갈 때, 엄마가 동생에게 물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때 동생만큼이나 철이 없던 나는 옆에서 잘난 척하며 거들었다.

"그러려면 직업에 사 가 들어가는 직업이 좋지. 변호사 의사 판사 약사 뭐 그런 직종들이 좋지."

"직업에 '사'가 들어가면 무조건 좋아?"

"대부분 '사'가 들어가면 좋은 직업이더라고. 그런데 그런 직업들을 가지려면 공부를 엄청 잘해야 해."

현실을 조금 깨달은 작은누나는 공부를 잘해야 '사'가 들어간 전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자신보다 3살 어린 남동생에게 알려주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동생은 자신도 '사'자가 들어간 직업을 택하겠다고 했다. 엄마와 두 누나들은 남동생의 야심 찬 포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사'자 들어간 사람이 되면 되지."

"진짜? 뭐가 될 건데.?

"택시기사?"

"아...."

일순간 모두 침묵했지만 무언의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기사님도 '사'자는 맞지.."

농담도 아니고 진지한 7살 동생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동생은 어리니깐 그 보다 조금 더 야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었던 거 같다.


"어리다는 거. 젊다는 건. 일종의 희망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니까."



어릴 적 나는 꿈이 많았다.

많은 것을 하고 싶었고,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인이 되면 최소 24평 소형 아파트에서 내 소유의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에선 다 그렇게 살더라)


운전이 보는 것만큼 쉽지 않다는 것과 어릴 때 가장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택시기사조차도 운전이 어려워서 쉽게 못한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카트라이터같은 운전 게임과 현실 운전은 다르다. 한번의 실수는 게임종료가 아니라 생명이 끝날 수 있다.)


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심리학자가 되고 싶었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메이크업 아티스티나 미용사가 되고 싶었고, 간호사도 되고 싶었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많은 꿈을 가졌던 것 같다.


첫취업 -시간이 지나면 잘 될 수 있을거라 막연히 기대했었다

여러가지 꿈 중에 하나인 방송작가가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성공했다고 믿었었다.

어찌 됐든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에 성공했고

방송작가라는 명함을 가졌으니까....

하지만 삶은 팍팍했고, 결혼과 육아를 핑계로 그 마저도 다 내려놓고 도망쳤다.

( 선택권이 없었다.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줬다면 나도 아예 모든 일을 접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마도 꿈이 있었고, 여전히 꿈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을까?

하고 싶은 거, 할 줄 아는 게 있어도, 엄마에게 주어진 역할, 엄마가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누군가는 생각만 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자꾸 눈앞에 밟히는 것들이 있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10년 동안 나 자신을 내려놓고 열심히 육아를 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엄마들에게 '더' 잘하라고 '더' 열심히 하라고 '계속'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만 같다.

10년 동안, 휴가도 없이, 월급도 없이 일했다.

하지만 그 10년은 경력한 줄 없고, 퇴직금도 없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매달리지 말라고 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정답이 없는 게 '엄마'다.

어찌 엄마만 그러겠나

부모가 된다는 건 엄마도 아빠도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힘들때마다 되뇌이는 말이 있다.

'엄마도 사람인데....'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권리가 있는데.. 우리나라엔 엄마의 행복은 늘 가족의 행복보다 뒤에 있다.

엄마도 행복하고 싶다.

엄마도 행복한 일을들을 하고 싶다.

엄마에게도 행복한 시간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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