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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Nov 19. 2021

[부부]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아내의 고백>을 읽은 형부가 언니에게 한 고백...


국민횟감~ 광어!!


브런치에 올렸던 아이의 급식 사진이 Daum 검색에 노출되었었다.

그저 평범한 급식 사진이 포털사이트의 검색과 만나면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브런치 개설 후 역대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내려왔던 <완벽한 급식>에 이어서

또 다른 글이 연이어 Daum 검색에 노출되었다.

평범한 이야기, 자극적인 제목(?)의 요건을 만족시켜서였을까?

브런치에 올렸던 <아내의 고백>이 Daum 검색에 노출되었다.

언제 내려가나 지켜보고 있다!!!


조회수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제목에 이끌려 온 사람들일 뿐이니까, 하지만 '라이킷'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고백은 나의 고백이었다.


젊음 빼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누구나 흔히 하는 고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도, 자존심 세우며 힘들어하던 시절, 나의 이야기였다.


사실 쓰고도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지금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써 내려갔던 글이었다.


저녁에 조회수가 1000 돌파하고, 2000 돌파하고, 10000 돌파됐다.

기쁜 마음에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그 소식을 알렸다.

언니는 브런치 글을 읽었고, 그 글을 해외출장 중인 형부에게 보냈던 것 같다.


'처제 글이 다음 포털에 올라왔대.'

그 한마디에 베트남으로 출장 갔던 형부는 다음에서 처제의 글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날 밤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때문에 내가 졸지에 광어가 됐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웬 광어야?"

형부랑 내 글을 읽고 카톡을 했다는 얘기였다.



"처제 때문에 생각이 났는데 너는 왜 나랑 결혼했어? 나는 그때 돈도 없었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당시에 뭐 볼 게 없었잖아."

"너랑 왜 결혼했냐고? 순두부처럼 생겨서..."

"내가 순두부처럼 생겼다고? 살면서 순두부처럼 생겼다는 말은 처음 듣네."

내가 순두부처럼 생겼다고?!




"그럼, 너는 왜 나랑 결혼했는데? 내가 예뻐서?"

"광어 같아서..."

"광어? 설마 네가 좋아하는 너의 최애(최고 애정 하는) 생선 광어? 그렇게 날 좋아한다고?"

"아니, 광어 같이 생겨서"

내가 광어 라뉘!!


".... 왜!!!! 그럴 거면 꼴뚜기나 가자미 뭐 그런 걸로 하지?"

"에이~ 그래도 우리 마누라가 그 정도는 아니지~"



 언니와 형부의 대화를 듣고 나는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결혼 상대를 선택한 이유가 '순두부'와 '광어'라니...


(언니는 순두부를 좋아하고 형부는 광어를 좋아한다. 이정도 조합이면 성공한 결혼인 것인가?)

광어 vs 순두부  당신의 선택은?


 언니와 형부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형부에 대한 기억을 가만히 되짚어 본다.

언니와 형부는 언니 21살, 형부 20살에 만났다.

언니는 동아리의 신입생이었던 형부가 정말 '순둥 하고 귀엽다.'라고 했었다. (이때가 순두부시절?)


서로 대학 다닐 때는 각자의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가 있었고, 그저 친한 동아리 선후배였던 두 사람이 결혼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가장 풋풋했던 시절에 만난 사이 (사진: 건축학개론)


나도 언니가 '귀여운 망 X이'라고 부르던 그분이 나의 형부가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귀여운'이 빠지고 '망 X'이 되어버렸지만....

인연은 따로 있는 걸까? 둘은 정말 인연이었을까?

서로 '호감'은 있었으니 그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우리 집안의 유일한 문과생인 나는 이과에 공대생들의 대화가 참 신선한 것 같다.

(언니도 공대 커플, 동생도 공대 커플이다.)

꼭 공대여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공대 출신 언니와 공대 출신 형부의 대화는 내가 보기엔 좀 딱딱하고 이성적인 것 같았다.

부부의 자세한 사이는 내가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둘의 대화를 보면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대놓고 노골적인(?) 애정을 표현을 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광어라니!! 광어라니!!! ㅋㅋㅋ

"웃지 마. 나는 심각해. 내가 광어 같아?"

"뭘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래. 언니가 먼저 순두부 같다고 하니깐, 광어 같다고 하는 거지. 무슨 저녁 메뉴 고르는 것도 아니고. 순두부랑 광어가 뭐야~"

"순두부가 뭐가 어때서... 순두부는 하얗고 뽀얗고 맛있고."

"광어가 어때서? 형부가 제일 좋아하는 게 광어잖아..."




 언니의 심각한 목소리에도 자꾸 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건 웃으라고 한 전화가 분명하다.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나?

언니에겐 심각한 이야기도 한 다리 건너 내가 듣기엔 희극이다.


나는 내 배우자와 왜 결혼했을까?
당신의 답변이 궁금하다.



<번외판>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물어보기!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좋아서?"

"좋아서? 뭐가 좋아서?"

"나 지금 사무실이야. 옆에 사람도 있고"

"정답을 얘기해야 끊지."

"사랑하니깐 했지... 뜬끔없이~ 바빠 끊어~"

"정답! 알았어. 끊어~"

남편은 '가정의 평화를 위한 모범답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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