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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Dec 01. 2021

[일기]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내가 INFP였구나!

외롭다! 하지만 나가기는 싫다! 억지로 당기지 마!! 나는 혼자 있고 싶다고!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 지 몰라."

비슷한 가사의 노래가 있었던 거 같다.

어릴 때, 스스로 나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행동과 나의 생각과 나의 모든 것을 되짚어 생각했다.

뭔가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달랐다. 그들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들어도 다른 생각을 했다.

쉽게 감동하고, 쉽게 폭발하고, 세상 쉬운 듯 하나 알고 보면 엄청 어려운 인간.


브런치를 돌다가  MBTI에 대한 글을 보게 됐다.

'아,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건데...'

그렇다. 나는 INFP였다. MBTI 제일 좋아하고 혈액형, 별자리, 이런  무지하게 따지고, 소심하지만 막상 어떨 때는 아니고, 게으른데 열심히 살고, 솔직한데 빈말 잘하고(상대가 상처 받을까 ), 좋은데 밀어내고, 조그만 자극에 과하게 흥분하고 뭐라고 하면 분노하고 억울해하는 성격.


 엄마는 한 마디로 '애는 착한데... 아주 간혹 이상할 때(?)가 있다고' 나를 설명했다.

그렇다, 나는 간혹 이상해진다. 하지만 그 이상한 이유는 나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남들이 볼 때는 이상하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수많은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만, 남들은 내가 한 생각의 반만 한다. 그러니 그 뒤에 무수하게 꼬리를 문 나의 생각에 대해서는 굳이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는 늘 생각한다.

'그때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MBTI를 기존에도 많이 했지만, 그때그때 약간씩 달랐던 것 같다. 어떨 때는 ENFP, ISFP,였다. 나는 MBTI조차 오락가락하는 정체가 모호한 인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나는 대체 왜 이런 걸까? 왜 나만 이런가?

그런데 많은 INFP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놀랐다.

'아, 나만 그런 건 아니었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대부분 말하지 않는다. 가끔은 허무맹량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으로 일축시키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나는 어떻게 도망갈까?'

 '지금 지진이 나면 나는 도망갈 것인가? 책상 밑으로 숨을 것인가?'

 '지진이 나서 집이 갈라지면 나는 누구랑 함께할 것인가? 엄마, 아빠? 아니면 언니, 아니면 어린 남동생? 한 명만 선택하라면?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하지?' 그러다가 눈물이 나서 자다가 펑펑 울었다.

 나는 내가 이상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 허무맹량한 생각을 거의 매일, 30년이 넘게 해왔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그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아이가 둘 이고,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늘 고민한다.

 '여보, 도망쳐야 할 순간이 오면 여보가 첫째를 맡아. 내가 둘째를 데리고 뛸게'

 늘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대비하지만, 아주 간혹 몇 년에 한 번씩 내가 얘기했던 일은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보니, 정말 살다보니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모든 것에 열심히(?) 대비를 한다.


 학교 가는 길에도 신호등 건너는 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오면, 불쌍한 강아지가 주인이 없으면 주인이 이 근처에 있는 걸까? 앞에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혹시 길을 찾는지 혼자 걱정했다.


 언젠가 보험사 광고에서 '걱정은 걱정인형에게....'라는 말이 나와서 나도 걱정인형이 하나 갖고 싶었다. 진짜 그 걱정인형이 나의 걱정을 다 가져간다면 나는 잠도 더 잘 자고, 많은 시간을 더 이롭게 보낼 것 같았다.

 나의 학창 시절의 50%는 저런 잡생각이었고, 10% 가정의 화목, 5% 성적이나 진로 고민,  15% 연애나 친구, 15% 당장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나의 결정은 느려질 수밖에 없었고,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연필로 숙제를 하다가 연필이 다 닳면 새로운 연필을 쓸까? 연필 깎기를 갖다 놓고 할까? 깎기 귀찮은데 샤프를 쓸까? 근데 샤프는 어디 갔지? 샤프를 못 찾겠네. 서랍을 엎어볼까? 서랍에 사진이 있네? 서랍 정리 좀 해볼까?

 숙제를 혹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앉아있던 나는 평소에 안 하던 서랍 안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방을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엄마는 물었다. '방을 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놨냐고' 나는 책상 청소를 하느냐고 그랬다고 했다. 엄마는 믿지 않았다. 책상 서랍 정리하느라 사실 책상도 개판이었다.

 나와 반대로 언니는 책상이 항상 깨끗했다. 언니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개판이었다. 언니는 보이는 곳만 깨끗이 정리하고, 나는 안 보이는 곳만 깨끗이 정리했다.

 (언젠가 누군가 우리 집에 와서 서랍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집은 엉망인데, 왜 서랍 안은 깨끗하냐고....이유는 간단하다. 서랍은 내가 필요한 것만 내가 선정해서 모아둔 곳이므로...)



 남편이 말했다. 정리는 간단하다. 썼던 걸 자기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 정리라고...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또 쓸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번에 갔다 놓으려다가 영원히(?) 갔다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서랍에 마구 박아놓으면 결국 그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내 방식대로 올려둔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이 본다면 정말 '최악'이라면서 치를 떨 것이다. 물론 나도  나 스스로도 나를 최악이라고 자주 생각한다.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고, 열심히 하지 않으며, 말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열심히 안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의 삶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하지만 세상의 기준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더 나은 것을 상상한다.

 더 배고파지는 순간, 더 먹고 싶어지는 순간을 위해서 좋아하는 라면을 서랍에 간직한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지났다. 그리고 그것을 안고 펑펑운다. 그렇게 보내려고 샀던 라면이 아니었다. 그런 나를 보면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학원을 보내려고 한다. 근데 이 학원말고 다른 학원은 어떨까? 연락해본다. 다른 학원이 더 좋은데 비싸다. 그럼 이왕 비싼데 보낼거면 다른 좋은 학원도 알아볼까? 그래서 알아봤다. 근데 진짜 비싸도 너무 비싸다. 포기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꽤 흘렀다. 그 동안 등록도 안하고 뭐했냐고 잔소리 듣는다. '좋은 학원 찾느라고 오래 걸린거라고!'라고 울먹인다.

 나의 의도는 선하지만, 결과가 간혹 참혹할 때가 있어서 슬프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나는 나를 채찍질하면서 바둥거렸다. 성적이 올라가도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기준이 너무도 높았다. 나 스스로 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갈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왜 기준은 저 하늘 꼭대기에 있는 걸까? 나는 나의 기준을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웃을까 봐였다.

 행복한 INFP가 되려면 작은 성취가 있으면 좋다고 한다. 블로그나 유튜브처럼 뭔가 꾸준히 올리고 창작하는 일이 좋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같다. 거창한 작품은 아니지만 소소한 창작! 완전한 관심은 아니지만, 소소한 관심(?)도 좋다. 소소해도 좋다. 나는 내가 행복한 것, 이 사회가 행복하고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한 때는 나의 부질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소릴 들으니 신기하고 반갑다.

 유튜브 댓글창에 수많은 INFP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겼다.

'소름~ 와,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인프피가 MBTI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거란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 같은 것. 그리고 상대의 MBTI를 미리 공부하고 상대방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점성학, 심리학, 독심술, 사주, 심리테스트 온갖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에게는 꽤 실력 좋은 점쟁이라면 '김도사'라는 소리도 들었다. 친구들은 나를 '실력 좋은 김도사'라 부르고, 나는 스스로를 '돌팔이 점쟁이'라 불렀다.

 친구들은 사진 수정을 잘하는 나를 '포토샵의 신', '포토샵의 귀재'라고 불렀으며 나는 스스로를 '사기꾼'이라고 불렀다.

 나는 밝고 긍정적이며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가끔 너무 부정적일 때가 있다. 왜 일까?

INFP-T형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 INFP-T가 또 있구나. 그래, 나는 그냥 INFP가 아니라 INFP-T였어.


 INFP를 보다가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 '아이유'라고 나왔다. 아이유가 INFP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나의 본 모습을 보면 깜짝놀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착하게 보는데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기분이라는 말)


 나는 내가 이상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보다 나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30살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다.

 내가 좀 더 어린 나이에 알았으면 달랐을까? 아마도 아닐 거다. 알았어도 나는 이렇게 살았을 것이다.

후회하느냐? 물으면 후회한다고 대답하지만, 다르게 살 거냐고 묻는다면, 비슷하게 살 것이다.

매 순간을 도망치면서도 막상 닥치면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INFP'이 뭐라고 나는 이렇게 장문의 일기를 쓰는 것일까?

이해받는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해받고 인정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MBTI가 이해해준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INFP를 공부한다. INFP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한다.

 

인프피의 단점 극복 방법

1. 꼭 마감일 정하기

2. 시작은 가볍게 (무거우면 시작을 못함)

3. 세세한 계획은 금물 (해야 하는 리스트를 적되, 순서나 시간적 자유를 허용)

4. 시스템을 활용하라 (모임이나 스터디, 학원 등 소속되어하면 능률이 오른다. 나만 경쟁 X, 권위적인 것도 X, 옥죄는 것은 쥐약이다.)

5. 한 것들을 기록하라. (이 기록으로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고, 만족감을 준다)


 이것들은 모두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실제로 나는 살면서 이런 방법들이 나에게 먹힌다는 것을 몸으로 터득해서 알고 있다.

 

 꼭 거창한 글이 아니면 어때?라고 말하지만, 막상 글을 쓰고나서는 소소한 글(?)이라서 발행을 못한다. 나의 브런치 서랍장에는 이미 300편이 넘는 쓰다만 글이 저장되어 있다. 조금 부실하면 어때? 하고 싶은데... 브런치에는 고퀄리티(?) 글이 상당히 많다.

 나는 그 고퀄에 쭈굴거리면서도 글을 발행한다. 어딘가에서 같은 고민으로 발행을 주저하는 INFP(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를 위하여....

내 글이 항상 고퀄이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야 있나...

 

 ps. INFP의 정리는 남을 위한 정리가 아니다. 나를 위한 정리다!



  

  나는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커다란 정원이 딸린 집인데 정원의 담장은 낮고 문은 항상 열려있으므로 가볍게 정원에서 차 마시고 수다 떨고 다 가능하다. 그러나 정원 안의 집으로 들어가기가 어렵고, 간혹 집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거실에서 차 마시고, 수다 떨고, 같이 놀고 다 하지만, 거기서 헤어진다. 그리고 집에도 자주 오가면, 그때야 방문을 열어주고, 진짜 친해지면 방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 서랍장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이라고! 벽이 높은 편인데 아무도 모른다고. 그렇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만남이 짧아도 통하게 많고 진심이 있는 사람은 방문 즉시 내 방으로 모실 수도 있다. 담장, 벽, 현관문, 방문, 서랍장... 이런 모든 것이 거추장스럽고 답답하다고??!

 그런데! 나만 이런 게 아니었어! 다행이다. 나는 정말 나만 사람 차별하고, 세상 고집불통에, 내맘대로 하려는무식한 똥꼬집에 꼰대인 줄....

 그래서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이 정말 한 손안에 꼽힌다. ㅠ.ㅠ


간단한데.... 왜 이렇게 나랑 비슷해??!!

(이 글을 몰래 훔쳐볼 우리 남편이 이 걸 보고 날 좀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올리는 글)


그래.. 나는 엄청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싶은데, 풀어놓으면 싫어한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해놓고, 혼자 있게 하면 화내는 엄청 이상한(?) 성격. 커뮤니터 엄청 많이 하고, 대충 읽고 공감 가면 댓글 200% 달아놓고, 혼자 오버했나 해서 슬그머니 지우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그것들에는 진심.

 평화주의고 느긋하지만 혼자 상처도 잘 받음.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혼자 찔려서 다 얘기함.


처음 본 사람이 칭찬을 한다.

"눈이 진짜 예쁘시네요."

"아, 저 쌍꺼풀 수술했어요."

(상대방 찐 당황?! 나는 솔직하게 말했으니 홀가분!)

그래! 내가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자주 안 나가는 이유가 이거였어!!!!
그래!!! 나만 이런 게 아니었다고!!!!




 이 글은 지극히 INFP인 제가 저를 위한 올리는 글입니다. 저와 비슷한 INFP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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