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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Nov 12. 2021

올케는 어쩌다 시월드까지 왔을까?

서열 1위 남동생의 그녀(?)가 시월드에 왔다!

나에게는 3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장남의 장남의 장남인 아들이어서 나름 사랑을 받고 자란 나의 남동생.

3살 차이였지만 학년은 두 학년 차이였고, 콧대 높은 언니보다는 쉽게 유혹할 수 있는 만만한 남동생과 나는 자주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자주 싸웠고, 취향이 비슷해서 많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서로 죽이 잘 맞기도 해서 자주 놀았으나 성인이 돼서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며 서로 멀어지기로 암묵적으로 합의를 했다.

  결혼 적령기에 맞춰서 빨리 결혼을 선택한 두 누나와 달리 동생은 결혼을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절대 누나들이 같은 여자랑은 결혼 안 해. 매형들이 불쌍하다."

 동생은 매형들이 누나들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분개했고, 그런 동생의 말에 누나들은 분개했었다. 동생에게는 엄마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늦게 낳은 늦둥이라서 였을까? 아니면 정말 막내라서? 엄마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아들 하나 낳으니까 사람 대우해주더라. 너 낳고는 내가 몸조리도 못하고 얼마나...."


 아들일 줄 알았던 둘째인 나는 뱃속에서 사기(?)를 친 죄로 낳자마자 3일 만에 마당을 쓸어야 했다는 엄마의 서러움은 셋째였던 동생이 그 한을 풀어줬다. 아들을 낳자 시댁에서 잔소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딸이었던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어려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김희애(후남)와 최수종(귀남)이 나왔다. 귀한 남자아이 귀남이와 남자아이 뒤에 나온 여자아이 후남이의 이야기였다. 남아선호 사상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드라마는 볼 때마다 어린 나의 가슴까지 고구마로 꽉꽉 막아버렸다.


 그 드라마의 영향이었을까? 정말 우리 집안의 영향이었을까? 나와 동생에게는 남녀의 차별이 존재했었다. 동생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나보다 용돈을 더 받았고, 동생은 아무 일도 도와주지 않아도 밥은 항상 남자들만 먹는 큰 밥상에서 밥을 먹었다.

 어릴 때 동생은 나의 '부하'이자 우리 집 '왕자님'이었다.


 어릴 때는 엄마 바라기였던 동생은 커갈수록 무뚝뚝해졌고, 심지어 사춘기를 지나면서 시니컬해져 버렸다. 동생은 보이지 않는 서열 1위였다. 아무도 동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서열 5위인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였다.


 물론 남자로 태어난 게 동생의 덕은 아니었고, 남자로 태어난 게 동생의 죄도 아니었다. 하지만 동생에게는 어릴 때 받은 해택만큼 무거운 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장손의 굴레(?)였다.

 아빠는 3남 3녀의 장남이요, 엄마는 2남 5녀의 차녀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분 다 살아계시고,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으나, 외할머니가 2분이셨다. 한 마디로 친척들이 엄청 많으며, 동생에게는 누나가 2명이나 있었다.

 "최악이지, 최악. 미안하다. 누나가 2명이라서..."

 언니와 나는 가끔 동생에게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동생의 결혼 적령기가 오자 정말로 미안해졌다. 혹시나 둘이나 되는 시누이가 동생의 결혼에 방해가 될까 봐 미안했다.


 동생은 몇 년의 연애를 하면서 여자 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하지 않았다. 나와 언니는 우리가 부끄러워(?)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결혼 전에 간신히 부모님에게만 여자 친구를 소개해줬고, 기적처럼 상견례 날짜가 잡혔다.


 그리고 상견례는 상견례하는 주에 취소가 되었다. 여자 친구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기 때문에 동생이 책임지고 미루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모두 동생의 말에 수긍해줬다.

 동생은 상견례까지 여자 친구를 꽁꽁 숨겨줬다가 상견례 날 공개했다. 여자 친구도 2명의 누나를 상견례 날 처음 만났다.


 동생은 본인이 호언장담한 대로 '누나들과 다른 사람'을 올케로 데려왔다. 나와 언니는 귓속말로 '대박'을 외쳤다. 올케는 이뻤고, 착했고, 알뜰했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큰소리치던 대로 프리 한 시월드(?)를 실천하셨고, 시누이가 둘이고 시 어르신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그래도 올케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친척들은 엄마가 며느리 들이고 변했다며 엄마를 질타했고, 시누이들이 올케에게 한 마디하라며 나에게도 은근 압박을 가했다.

 "내 며느리, 내가 편하게 하겠다는데 왜 다들 나서... 내버려 두라고 해."

 엄마의 멘트에 언니와 나는 하트가 뿅뿅 솟아났다.


 "왜 엄마는 내 엄만가요. 엄마가 내 시어머니였으면 나에게도 잘해줬을까? 우리 시어머니는 아들인 남편을 극도로 챙기는데, 내 친정엄마는 자식인 나는 안 챙기고 며느리만 챙겨요."

 엄마 앞에서 장난을 섞어 볼멘소리도 해봤다. 엄마는 날마다 유튜브를 챙겨보며 '신세대 시어머니' 교육을 받고, 시어머니 흉을 본다.

 

 "엄마, 엄마는 며느리가 아니고, 시어머니인데... 왜 그런 걸 들어? 엄마가 듣는 내용이 다 시어머니 욕만 나오덴데..."

 "이게 내 얘기지. 내가 저렇게 당했어.!!"

 엄마는 시어머니에 대한 유튜브를 들으며 본인이 며느리가 되어 분노했다.

'아, 엄마도 시어머니 되기 전에 며느리였지.'


 엄마도 결국 며느리였다. 엄마는 할머니처럼 안 하겠다는 그 다짐대로 우리 삼 남매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최상의 친절을 며느리에게 보여주고 계셨다.

 

 그래서였을까? 동생이 외국으로 출장을 가고 어린 딸을 혼자 키우던 올케가 시누이 집에 당분간 머물기로 했었다.

 조카가 태어나고도 코로나 때문에 얼굴을 본 게 고작 3번인가? 그것도 한 나절 보는 게 다였다. 그런 조카를 몇 날 며칠 옆에서 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과 불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해외출장을 다녀왔더니... 졸지에 죄인이 되었어. 누나, 불쌍한 애들이야. 가면 잘 좀 대해줘."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죄인이 된 동생은 다시 해외출장을 나가며 가족들을 두 시누이가 있는 이곳에 보내겠다고 했다.

 "진짜? 올케가 오겠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둘이나 있는 이곳에 오겠다고? 아이고.... 하긴 얼마나 힘들었으면 굳이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있는 여길 오겠다고 해. 아이 혼자 보려면 힘들지."

 나는 아이들 어릴 때 혼자 두 아이를 보며 눈물짓던 예전 기억이 떠올렸다. 시댁이나 친정이 근처에 있었다면 아무라도 좋았다. 1시간만 잘 시간이 있었으면 머리 감을 시간만이라도 내어줬으면 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나야 최선을 다해 잘해주려 하겠지만... 본인이 불편하지 않을까?"

 

 어쨌든 동생은 떠났고, 올케가 시월드에 입성했다. 나의 엄마이자, 올케의 시어머니가 거주하고 우리 집보다 조금 더 안락한 언니(큰 시누) 집에서 머물고, 평일에는 내가 왕래하며 조카와 올케가 필요한 걸 챙겼다.

 

 코로나 시국에 태어나서 사람이 낯선 조카를 3 내내 사람만 보면 울었다. 그렇게 올케의 시월드가 시작되었다.

 


베란다에서 시위(?)중인 조카님

올케를 시월드로 몰아넣은 마성의 두 살 조카님...

엄마인 올케에게  무서운 건 무시무시한 독박 딸 시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보다는 시누이와 시어머니와 조카들과 있는 게 좋다는 초보 엄마의 눈물겨운 육아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자니 짠하면서 가슴이 아프다.

 출장 간 아빠들이여~ 육아의 현장으로 복직하라!!!






 올케가 온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올케와 조카 보러 다니느라 바빠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합니다.

 초반에 몇 시간이라도 가서 조카와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느라 정신이 없었고

 중반에는 아이들 육아 때문에 정신이 없었네요.

 브런치를 비어 둔 동안 많은 분들이 왔다 가셨는데...

 정신이 없어서 간단히 여기에 남깁니다.

 올케는 2주 더 머물기로 했습니다.

 아마 올케가 가기 전까지는 브런치에 뜸할 것 같습니다.

 정신이  들면 브런치로 찾아가겠습니다.^^


 38살 고모인 저는 요즘 두 살 조카에게 '똥 밟았네' 안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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