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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좋은 꿈

by 연두씨앗 김세정


늦잠꾸러기 둘째가 웬일로 일찍 일어났다.

"엄마 나 좋은 꿈 꿨어"

"정말? 좋겠네~"


딸은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차리는 아빠에게 달려가 자랑을 한다.

"아빠 나 좋은 꿈 꿨다~"

"무슨 꿈인데?"

"옥토넛!! 거기에 나도 나왔다?"

"좋았겠네~ 아빠도 나왔어?"

"아니 아빠는 없었는데?"

"히잉, 아빠도 윤이 꿈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잠시 뜸을 들이던 둘째가 말을 잇는다.

"또 좋은 꿈 있어~"

"무슨 꿈인데?"

"아빠가 나랑 언니랑 선물 사 주는 꿈~"

'아뿔싸, 꿈 내용이 좀 수상하다!'

남편이 둘째의 계략(?)에 말려들 것 같다.

"뭐가 갖고 싶은데?"

"파빗 가방!"

1초에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자는 척하는 엄마는 아직 침대에 있다. 아마 오늘 일정에 '파빗 가방' 사는 게 추가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꿈은 뭘까?

아이들이 잘 때 가끔 웃는 것을 볼 때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첫째가 6살 때쯤인가 처음으로 기쁜 얼굴로 깨어났다.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달려와 말했다.

"엄마 나 엄청 좋은 꿈 꿨어"

"어떤 꿈꿨는데?"


여아의 로망 <시크릿쥬쥬>

"시크릿 쥬쥬~ 쥬쥬 언니가 꿈에서 나왔어. 너무 좋았어"

한창 공주물에 푹 빠진 첫째의 꿈은 시크릿 쥬쥬였다. 두 번째 꿈은 '옥토넛 바다탐험대 꿈'이었다.

"오늘은 옥토넛 꿈을 꿨어~"

"와 신나겠다. 옥토넛 타고 바닷속 탐험도 했어?"

아이는 자기가 꾼 재미있는 꿈에 대해 엄마에게 전부를 설명할 순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만으로도 아이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바다탐험대 옥토넛


나도 어릴 때 꿈꾸는 걸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무서운 꿈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꿈은 세상이 물에 잠겨서 물이 허리까지 오는 거였다. 나는 길가에서 그냥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시골마을에는 수영장이 없어서 나는 꿈속에서 수영하는 꿈을 꿨었던 거 같다.)

벼랑위의 포뇨
벼랑 위에 집이 물에 잠겼다.....;;;;


좀 더 자라고 나서야 그 꿈이 비현실적이고 어려서 꿀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에 물이 가끔 차오르는 꿈을 꾸는데 요즘은 도망가기 바쁘다. 어른이 된 요즘의 나는 꿈속에서 조차 어른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이제 포뇨가 아니라 쇼스케 엄마다.


잠꾸러기 둘째는 일어났는데 일찍 일어나는 첫째는 주말 아침 늦잠을 자고 있다.

'이 녀석은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날마다 최고의 꿈을 꿀 순 없겠지만 아이가 최고의 꿈을 즐기고 자주자주 꿨으면 좋겠다. 아니다! 꿈에 집착하면 현실이 무너지니 적당히가 좋겠다.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좋은 꿈 꾸길....


<번외판>

"엄마, 좋은 꿈을 매일 꿀 수는 없을까?"

"글쎄, 자기 전에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 아니 일찍 자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딸에게 사기(?)를 친다.

"일찍 자면 좋은 꿈을 꾸고, 늦게 자면 악몽을 꾸니깐 우리 이제부터 일찍 잘까?"

엄마의 사심을 잔뜩 담아 아이에게 사기(?) 쳐본다.

'제발, 넘어가라! 넘어가라! 제발 빨리 자라.'

애들은 잘 때가 제일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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