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어 돌아온 어금니아빠
연일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한 사건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찌 이리 끔찍한 일이 또 생겼단 말인가....
여자로 살면서 늘 무섭고 두려웠는데...
아줌마가 되고나서부터는 나보다 두려운 것이 바로 내 가족.. 내 자식에 대한 일이 되었다.
우리 딸... 우리 남편...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무서운 범죄는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어금니아빠 기사를 보다가 문득 어딘가 낯익은 이름 때문이었다.
거대백악종이라는 낯선 병명도 익숙하고.. 이영학이란 이름도 들어본 듯 했다.
내가 방송을 하면서 지나쳤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내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옆 작가의 아이템으로 언젠가 언급된 것을 들은 듯 했다.
그리고 검색한 결과...
첫 방송이 2006년 닥터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2006년 나는 한 프로덕션에서 휴먼다큐 보조작가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내 앞에서 나와 1년 정도 함께 날밤을 새가며 일했던 언니들이 있었다. MBC 닥터스팀 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몰라서 응급실에서 대기를 해야했으며...
주말에도 출근해 촬영본 내용을 보며 회의를 했었다.
나는 그때 24살...
서울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으려던 새내기 작가지망생이었다.
아마 그때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것 같다.
닥터스작가팀은 팀웍이 좋은 편이었다.
힘든 프로였지만 대체로 젊은 피디님과 작가님이었고 사이가 좋아서 회의실에서도 종종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보다 2년 선배... 입봉을 앞둔 선배 작가는...(닥터스 서브작가들)
새벽 밤새 프리뷰를 하다가 안타까운 사연에 눈시울을 붉힌 적도 있고...
새로운 아이템... (프로그램 취지에 맞고 치료해줄 만한 사람들...)을 찾는 작업에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서로 자기의 병을 고쳐달라고 사연을 보내왔지만... 거기서 방송에 내보내는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맨 바닥에서 아이템 찾는 우리 팀에서 볼 때는 게시판에 사연신청이 올라오는 것도 참 부러웠다.)
실시간 방송으로 시청률을 체크하고... 게시판 댓글 하나에 서로를 위로하던 그런 시기였다.
아마 그때 어금니 아빠 방송도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방송이 아니었을까???
방송이 나가기 전에 사전 검열을 한다.
적어도 방송 부적격자를 촬영해서 시청자들... cp...메인피디..메인 작가에게 큰소리듣고 야단맞지 않아야하기 위해서는 묻고... 알아보고.. 최대한 알아보고 구성원끼리 회의하고... 사전 미팅도 해보고 촬영한다.
방송이 순식간에 촬영..방송되긴 하지만..
그 안에는 다람쥐 챗바퀴처럼 쉬지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고된 작업이 너무 버거웠다.
남들 다 쉬는 주말에 나가고... 퇴근시간도 없었다.. 야근이 아니라 밤샘도 많았다.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를 8잔씩 입에 부어가며 뜬 눈으로 방송 준비를 해나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방송에서 저런 괴물이 탄생할 줄은 몰랐다...
방송을 하다보면 찝찝한 순간들이 있다..
이미 방송에 너무 빠삭한 민간방송인이 있었다.
특히 메인 프로그램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인기를 얻은 사람은 다음에 만날 때보면 사람이 변해 있기도 했다.
그들은 방송이 순식간에 얻어 준 인기와 재물의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싫었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작업을 해야할 때도 생겼다.
혹은 힘들게 작업을 해놓고...알게되는 거짓들에 의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를테면 방송촬영까지 다 하고서... 출연자의 거짓정보를 알게되어 방송촬영 자체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출연자를 섭외해서 급하게 다른 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