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소설 강의 노트

오래된 기억, 하일지 교수의 소설 수업을 듣다.

by 연두씨앗 김세정

얼마 전 친구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미투 비판한 동덕여대 교수 하일지.'


"너네 교수님 아니니? 야 이거 뭐냐.. 제정신이야? 완전 XXXXXXX"

친구는 마치 자신이 당한 것처럼 화내며 비난하기 바빴다.

나는 어린 딸들과 함께 있는지라 정신이 없어 기사도 못 본 상태에서 기사 제목만으로도 참담했다.

급하게 기사를 읽고 온 사이에 단체 카톡방에는 욕설과 비난이 한가득이었다.

대부분이 인격적 모독이었다.

"어쩌다 이런 일로 엮이셨을까.. 이런 일로 알려져서 속상하네."

나와 같은 학과 동기는 전공 교수님으로 모셨던 분의 몰락이 반갑지 않았다.


"너의 의견은 알겠지만... 내가 아는 교수님은 그런 분은 아니셨어.. 물론 그것이 오래전 이긴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니깐 지금 비난하는 건 멈춰줘."

신나게 비난하던 친구는 말을 계속했지만...

내 입장은 정말 고통스럽고 듣고 싶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그만해달라 요구하고서야 친구는 말을 끊었다.


아이의 문화센터 수업을 따라가서도 정신이 없었다.

온통 기사에 대한 것...

졸업한 지 10년이나 지났고, 교수님을 뵌 지도 6~7년은 된 것 같았다.

졸업을 하자마자 나는 취업을 했고, 종종 있는 학교 행사에 참여하긴 했지만 대부분 일 때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졸업 후 일한 직장에서 나는 거의 붙박이 가구와 같이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냈기 때문이었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나는 학교와는 완전히 멀어졌다.

그나마 있던 과모임에 애를 두고 갈 순 없었고, 아이가 둘이 되면서 결혼식 가기도 버거워졌었다.

이제 막 다시 글을 써볼까 하는 찰나에 이런 일이 생겼다.


멋진 작가가 되면 꼭 자랑하고 싶던 분이었다.

초반 1학년 땐 비평을 듣고 어린 마음에 울기도 많이 했지만 3~4학년 때는 상처받은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던 분이었다.


미투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에 이어 학생 성추행 사건이 떴다.

아예 앞이 깜깜해졌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었다.


연일 포털 사이트에서 교수님의 이름과 강의 내용의 자극적인 부분들이 편집되어 쏟아져 나왔다.

15년 전 내가 받은 수업과 비슷한 점이 꽤 있었지만

대부분 자극적인 부분만 확대되어 나왔다.

(같은 말이지만 말과 글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글을 쓰기 전까지도 두려웠다.

미투의 엄청난 광풍이 변두리에 조용히 살고 있는 나에게까지 다가올 것만 같은 두려움

미투에 대해 혹은 비난받고 있는 교수에 대해 말 한마디만이라도 잘못하면 우르르르 몰려와 나를 비난할 것만 같았다.

나는 겁쟁이고, 싸움도 싫어한다.

믿었던 교수님에게 상처받고 괴로웠다는 어린 후배와,

4년 간 내가 믿고 따르던 교수님의 몰락,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많은 후배들의 생각들..

이 사건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동기와 선후배들....

답답하지만 나설 수도 없는 답답함과 나의 비겁함.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어찌됐던 나는 이것이 명확하고 정당하게 밝혀지길 바란다.

잘못한 사람은 정당한 처벌을...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기사에는 내가 다닌 학교, 그 학교의 선후배, 내가 들은 모든 수업까지도 매도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기사에 나온 것처럼 그런 쓰레기 수업을 받으며 다니지 않았다.

오랜만에 책상 정리를 하면서...

나중에 글을 다시 쓰게 되면 참고하기 위해 모아둔 대학 시절 강의노트 찾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대학시절...

그땐 뭐가 다 그렇게 힘들고 버거웠을까...

사회 나와보니 그때가 제일 편하고 행복했는데...

일기장을 뒤져보면 그때 나는 온갖 세상의 불행은 다 안고 고민과 고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때 어렸고, 아직 세상을 몰랐고, 지금보다 더 순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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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기 위한 소양 5가지...

결국은 책을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며 많이 쓰라.


소설을 쓰기 전에 생각해야 하는 3가지..

무엇을 어떻게 왜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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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유형별 정리... 다양한 예를 들어줬으나 다 적을 수 없어서 대충 적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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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글쓰기 할 때 도움이 되는 인물 묘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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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개 방식.. 기승전결!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20180322_215605.jpg 날짜를 보니 2014년 9월 19일 (대학교2학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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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놓은 날짜를 보면 대략 2학년 2학기쯤 필기 내용 같다.

내가 받은 수업은 기사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자극적이고 허무맹랑한 수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 말고 많은 선후배들이 같은 수업을 들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선후배도 있을 것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다시 돌아보면 그 시절 나는

수업은 열심히 들었는데...

삶을 치열하게 살지도, 글을 치열하게 쓰지도 않았구나.


지금도 뭐 딱히 치열하게 살고 있지는 않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불행해진다면 그 글쓰기는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그런 면에서 나에겐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놓고 싶지 않은 매력적인 분야임은 틀림없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써보도록 브런치에 계속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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