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유진 글 / 차상미 그림
제목도 좋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책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학교 앞 문구점에 있는 뽑기 기계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싶은 다양한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1등은 한 장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꽝일 수도 있는 뽑기지만,
그 1등을 혹시 뽑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아이들은 뽑기에 도전한다.
어느 날 난생처음 뽑기를 한 '영준'이가 1등을 뽑고, 그 비법을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아이들이 '꽝'을 많이 뽑을수록 내가 '1등'을 뽑을 확률은 올라간다는 영준이의 말...
하지만 왠지 희수는 이제 뽑기 기계에 시들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낯선 곳에서 '꽝이 없는 뽑기 기계'를 만난다.
1등을 뽑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놀이터에 앉아서 혼자 생각을 하는 희수.
미술치료 선생님도 낯설고, 치과도 가기 무섭고,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말하기도 두려운 희수
친구 영준의 엄마는 그런 희수에게 라볶이를 만들어주시고, 희수는 영준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떡볶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희수를 반겨주셨다.
희수와 달리 씩씩하던 언니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엉엉 울어버리고,
뭔가 달라진 집안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희수
희수는 청소를 하다가 주운 500원짜리를 가지고 '꽝 없는 뽑기 기계'를 찾아간다.
이번 1등 선물은 동화책과 색연필이었다.
"너 치과 무섭다고 안 가면 나중에 더 아프다. 겁먹지 말고 가 봐."
꽝 없는 뽑기 기계에서 만난 친구의 응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친구 영준이를 만난다.
"내일 학교 올 거지? 급식 먹을 때 너 없어서 심심하단 말이야."
영준의 말에 희수는 마음을 다잡는다. 같이 학교 가기로 해놓고 늦잠 잔 희수를 기다려줬던 영준이는 뽑기 1등 다이노 폴리스보다 더 멋진 친구였다.
집으로 돌아온 언니는 색연필과 동화책을 들고 있는 희수에게 말을 걸어준다.
"너 요즘 책 별로 안 보더라. 그림일기도 잘 안 그리지? 가끔 훔쳐보게 계속 좀 그려 봐."
희수는 잠들기 전 오늘의 하루를 그림일기로 그린 뒤 잠이 들었다.
잠에서 희수는 뽑기 기계를 뽑고 싶다며 엄마 아빠를 조르고 있었다.
찔끔 눈물이 나왔다. 뽑기 기계를 하고 싶은 희수의 말을 들어주려다가 가족들이 탄 차가 교통사고가 났다.
병원에 누워있는 희수에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희수, 여전히 책도 좋아하고, 그림일기 그리는 것도 좋아해야 해. 치과도 잊지 말고 꼭 가 외할아버지 손 꼭 잡고 말이야."
"다 나 때문이에요. 잘못했어요."
희수가 꿈에서 엉엉 울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언니가 방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희수를 꼭 안아줬다.
더러워진 운동화를 외할아버지에게 빨아달라고 하고, 겁나지만 외할아버지에게 치과도 가고, 영준이 어머니께 감사인사도 하고, 친구들이 기다리는 학교로 갔다.
작가의 말
- 세상에는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어린이 독자님들도 둘러보면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을 거예요. 친구를 위해 조금 기다려 주세요. 응원해주세요. 그러면 친구는 어느새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만약에 독자님이 그런 상처받은 어린이라면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으니까요. 만약 가까이에서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희수와 제가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상평
제목만 보고 사실 아이들이 원하는 판타지 동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헨델과 그레텔의 '과자의 집'처럼 아이들의 로망인 '꽝 없는 뽑기 기계'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몽땅 뽑아보는 아이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꽝 없는 뽑기 기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장난감이 나오지 않았다. 늘 1등이 나왔지만 1등 상품은 달랐다.
희수가 중간에 말을 하지 않아서 조금 마음이 쓰였는데, 희수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린 희수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뽑기 기계를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동화의 흐름상 시간은 빨리 갔지만, 사람마다 그 시간이 길 수도, 빠를 수도 있다. 어찌 됐던 희수의 상처가 아물고 다시 친구들 곁으로 돌아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줄평 : 마음을 닫은 희수가 '꽝 없는 뽑기 기계' 에서 가장 뽑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버겁거나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