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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7년 동안의 잠 - 박완서

어린 일개미가 찾은 싱싱한 먹이의 정체는?

by 연두씨앗 김세정


책이름 : 7년 동안의 잠

작가 : 박완서. 그림 : 김세현

출판사 : 작가정신



일단 박완서 작가님이 쓰신 동화라는 점이 이 책을 고른 주된 이유였다.

어릴 적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주로 인간관계학이나 심리학을 좋아하던 나에게 문학이 꽤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책을 덮고 한 동안 먹먹했던 것 같다.

그저 인기 있는 책이라는 이유로 선택했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그 울림이 컸던 것 같다.

그 뒤로 몇 권의 소설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학, 글을 쓰는 작가라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글밥이 많지 않아, 아이들이 읽기 편하고 초등학교 2학년 국어활동 교과서 수록도서라는 문구가 더 끌렸던 것도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흉년이 계속되고 있는 개미 마을에서 시작된다.


<책 줄거리>

개미 마을에 흉년이 계속되고 부지런한 일개미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먹이 찾기는 쉽지 않고, 마을에 있는 먹이 보관소는 하나둘 비어 가기 시작합니다.

흉년이 계속되면 그동안 대대로 살던 개미 마을을 떠나 조금 더 비옥하고 기름진 땅을 찾아 떠나야 하는데...

그동안 개미들이 열심히 늘리고 가꿔온 개미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어린 일개미 하나가 기쁜 소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그게 글쎄 얼마만큼 크냐 하면, 우리 마을 광이란 광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니까요."

어린 일개미의 말에 마을의 모든 개미들은 어린 개미를 따라 큰 먹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어린 개미의 말대로 과연 큰 먹이가 그곳에 있습니다.

반짝이는 두꺼운 갑옷 속에 아직 살아있는 듯한 싱싱한 먹이가 꿈틀댔습니다.

모든 개미들은 그 싱싱한 먹이를 옮기기 위해 먹이에게 다가가 엉겨 붙었습니다.

그때 개미들의 존경을 받는 늙은 개미가 외쳤습니다.

"매미구나."


"매미라면 우리가 일할 때, 나무 그늘에서 온종일 노래나 부르는 팔자 좋은 놈인데..."

"날개도 없는데, 이건 매미가 아닐 거야."

웅성거리는 매미들에게 늙은 개미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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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들어라, 이건 틀림없는 매미란다. 매미는 한여름을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 부르기 위해 몇 년이나 어두운 땅속에서 날개와 목청을 다듬는단다. 보아하니, 이 매미는 5년도 넘게 참고 기다렸겠는데?

내 짐작이 틀림없다면, 7년은 족히 됐을라. 한여름의 노래를 위해서 7년을...."


개미들은 7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주 긴 시간'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매미들은 고민합니다.

흉년인 개미 마을을 위해 이 싱싱한 매미를 가지고 가야 할지...

아니면 7년간 애쓴 매미를 그냥 살려줘야 할지...


"나는 매미의 노랫소리가 참 듣기 좋았는데..."

"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땅 위의 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았어."


그때 늙은 개미가 말했습니다.


"이 매미는 이제 곧 햇빛을 찾아 땅 위로 나가야 한단다. 그러나 우리 머리 위의 땅을 보렴. 예전의 부드러운 천장이 아니지 않니. 콘크리트로 두꺼운 천장이 처져, 저 큰 몸집으로는 도저히 비집고 나갈 틈이 없다..... 이 매미를 끌고 내 뒤를 따르도록 해요. 아직도 부드러운 천장이 있는 곳을 내가 알고 있지."


개미 마을의 개미들은 마을이 아닌 반대쪽으로 매미를 끌고 갑니다.

얼마쯤 갔을 때, 개미들은 매미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매미를 끌고 가던 개미들은 어느덧 매미에게 끌려갑니다.


마침내 나무 밑에 도착했습니다.

개미들은 혼자 힘으로 나무로 기어오르는 매미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매미의 갑옷이 부서지면서 매미가 반짝이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습니다.


개미들은 비록 먹이는 놓쳤으나, 매미의 앞날을 축복해주었습니다.



<감상평>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책이었다. 배고프고 굶주린 개미들에게 매미는 그저 '싱싱한 먹이'이지만 늙은 개미의 말을 듣고 개미들은 고민한다. 나의 행복이 우선이라면 그 먹이를 가져가 굶주리고 배고픈 개미 마을 개미들과 풍족하게 나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개미들은 자신의 배고픔보다도 7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참고 인내한 매미의 삶을 생각했다.

나는 나 스스로가 매미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눈에 띄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고 아주 조용히 숨죽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날아오르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비가 애벌레 시기를 겪듯이, 매미가 7년의 시간을 참고 인내하고 날아오르듯, 언젠가 나도 꾸준히 꿈꾸고 인내하면 어깨죽지 어딘가에 날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꾼다. 나의 꿈과 나의 삶은 소중하다. 하지만 나의 삶과 꿈이 소중하듯 남의 삶과 꿈도 소중한 것이다. 나의 꿈과 삶을 위해서 남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 내 꿈을 좇되 그 방법에 있어서 가장 바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길로 가고 싶다. 비록 그 길이 다른 길에 비해 멀고 길다 해도 언젠가 꾸준히 가다 보면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은 이 책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책에서 매미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나를 살려달라고, 7년이나 힘들게 견뎌왔다고, 나가서 한 번만이라도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착한 개미 마을 개미들이 매미의 삶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양보하고 매미를 보내줬다.


어른들이 즐겨보는 드라마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인생 따위는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살다 보면 내가 우선이고, 남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쓰는 사람도 많기도 하다.

역시 아이들이 보는 동화라 그런 지 내용이 따뜻하고 교훈적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선한 마음으로 남을 도와주거나 양보하는 건 좋다.

하지만, 착한 마음으로 남에게 늘 뺏기고 휘둘리고 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어른의 마음이 들어간 그림동화 감상평이라 내용이 좀 이상해졌다.


이제 개미들은 여름철 들려오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 예전 자신들이 놓아준 그 매미를 떠올릴 것이다.

매미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옮겨준 개미들을 생각하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매미도 자신들의 식량을 포기한 개미들에게 고마워할 줄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건 내 생각!)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매미


개미는 열심히 일하는데 배짱이와 매미는 한가롭게 노래나 부른다고 하는데

개미보다는 베짱이와 매미에 가까운 나는 매미와 베짱이의 손도 들어주고 싶다.

누구에게는 '근면, 성실'이 최고의 미덕이고...

누군가에게는 '창작, 자유로움'이 최고의 가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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