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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돌아온 애착 인형에 대한 고민

'우리 토토가 아닌 거 같아'

by 연두씨앗 김세정


8살 둘째는 바쁜 와중에도 하는 일들이 있다.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애착 인형을 예쁘게 정리해두는 일이다.

둘째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만난 사랑하는 애착 인형이 있다.

굳이 정확하게 말하면 '엄마가 쥐어준 언니의 인형중 하나였던' 인형이었다.

하지만 그 인형은 아이와 만나서 우리 가족이 가장 사랑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인형을 굳이 사람화 하고 싶진 않지만, 아이는 키우는 동물 대신 '애착 인형' 아주 살뜰히 아껴줬다.


아이의 첫 애착 인형은 '토토'였다.

대부분의 애착 인형의 이름이자, 대부분의 곰돌이의 인형의 이름이었던 '토토'

'토토'는 우리 집의 사랑둥이였다.


그러던 작년, 토토가 사라졌다. 아마도 여행 중에 잃어버린 것 같다.

여행이 몇 주간 이어졌고,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짐 정리도 못하고, 몇 주를 보내고 정신을 차렸을 때, 토토를 찾아봤지만 토토는 없었다.

조금 더 빨리 인식했더라면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3주 혹은 한 달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잃어버린 토토와 새로운 아기토토


아이와 가족들은 잃어버린 '토토'를 생각하며 슬퍼했고, 아이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토토'를 구했다.

아이의 두 번째 애착 인형이 된 '아기 토토'

똑같은 인형을 구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여행이 힘들었던 당시, 인터넷으로도 구할 수 없어서 가장 비슷해 보이는 인형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집으로 배송된 토토 인형은 전혀 사진과 달랐다. 크기도 달랐고, 털 색과 종류도 달랐다. 하지만 토토와 같은 곰돌이 인형이라는 이유로 아이는 무척 좋아했다

'토토'라는 이름 대신, '아기 토토'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아이는 '토토'가 돌아올 때까지 '아기 토토'와 함께하겠다고 했다.


애착 인형 NO.1. 찐 토토와 버니

아기 토토와 잘 적응한 줄 알았던 둘째가 저번 달 갑자기 '토토'이야기를 꺼냈다.

핸드폰에서 알람처럼 알려주는 '과거 ooo 한 한 때' 사진을 보다가 예전 '토토'사진을 본 것이었다.

'아차'싶다가 도 언제까지 쉬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엄마, 진짜 토토가 보고 싶다. 진짜 토토는 고향에 있지? 우리 토토 고향에 언제 가?'


제주도에 있는 테디베어 박물관을 떠올리고 남편이 즉흥적으로 지어준 '토토의 고향'은 제주도였다.

남편은 토토가 우리가 헤어지고 바다에 빠졌다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줬다.

7살이었던 둘째는 철석같이 토토가 고향에(제주도?) 돌아가 있다고 믿었다.


8살이 된 아이를 데리고 우리 부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이가 그토록 원하는 '토토'를 어떻게 다시 만나게 해 줄까.'


제주도에서 만난 토순이와 뉴토토

인터넷을 뒤져 토토와 비슷한 인형을 찾았다. 그리고 몰래 구입해서 숨겨두었다.

지난 5월 제주도 가족여행지에서 극적인 토토와 아이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만난 지 1분도 안돼서 아이는 바로 알아챘다.

"엄마 토토가 뚱뚱한데? 엄마 토토가 왜 이렇게 커졌어?"

"어... 글쎄 살이 좀 쪘나?"

얼랑 뚱땅 둘러대는 나를 대신해 아이가 말을 이었다.

"아. 알았어. 토토가 물에 빠져서 물을 많이 먹어서 뚱뚱해진 거구나."

아이는 어떻게든 돌아온 곰돌이 인형이 토토가 맞다고 생각하려는 눈치였다.

하지만 눈치 빠른 둘째는 알고 있었다.

'내 토토가 아니야.'


"엄마, 근데 내 토토 엉덩이에는 이런 게 없었어. 엄마 토토는 눈이 살짝 가려져 있는데 얘는 안 그래. 엄마 이 토토는 목에 바늘 자국이 있어."

실망한 듯한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그냥 테디베어 박물관에 가서 실제 토토가 가장 닮은 토토를 살 걸 하는 후회를 잠시 했다.

(대한항공) 세트 곰돌이라서 여자 남자 2마리가 된 토토를 보고 아이는 갈등했다.

"어떤 곰돌이가 더 토토 같아?"

아이는 남자 곰돌이를 안았다.

"우리 토토는 리본을 하고 있진 않았어. 더 크긴 했지만 얘가 더 토토 같아."

둘째 아이는 곰돌이 하나를 선택했고 다른 하나는 큰 딸이 가지기로 했다.


다시 만난 뉴토토에게 예전 라푼젤 드레스를 입혔다.

아이는 다시 만난 토토 곰돌이 인형을 살뜰히 챙기다가 시무룩해졌다.

"엄마 근데 토토가 아닌 거 같아."

아이가 모를 일 없다. 아이보다는 인형에 애착이 덜 한 나조차도 딱 봐도 차이나는 곰돌이를 '토토'라고 우기는 상황이 좀 미안해졌다.


"토토가 아닐 수도 있어. 그냥 물에 떠내려온 곰돌이라서 토토인 줄 알았는데 서윤이가 토토가 아니라면 토토가 아닌 거야."

나는 한 발 더 물러섰다.

"그럼 이 곰돌이는 어떻게 해? 물에 떠내려왔으면 우리가 키울까?"

"서윤이가 키울 거야?"

"응, 내가 키울게. 토토 대신에..."


그렇게 해서 테디베어 2마리가 우리 집에 더 생겼다.

여자 곰돌이, 남자 곰돌이, 아기 곰돌이....

토토가 없는 우리 집에 토토 가족이 아이와 함께 산다.



토순이, 아이토토, 토토(새로운)


요즘 아이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엄마, 나 고민이 있어."

8살 아이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나에겐 토토가 두 명이잖아. 원래 있던 아기 토토하고 새로 온 토토 하고, 둘 다 사랑해주고 싶은데 둘 다 데리고 다니면 너무 무거워."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데리고 다니면 되지 않을까?"

"그럼, 집에 두고 온 토토가 서운하지 않을까?"

"그럴 거 같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였다.

사랑하는 애착 곰돌이 2명 모두에게 똑같이 사랑을 주고 싶은 아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 마리의 곰인형을 다 챙기기는 힘들다는 투정이었다.

"엄마, 엄마가 한 마리를 맡아서 좀 데리고 다니면 안 돼?"


"엄마 생각은 말이야. 서윤이가 토토의 엄마잖아. 엄마도 딸이 두 명이 있는데 둘 다 사랑해. 서윤이도 토토가 두 명인데 둘 다 사랑하잖아. 서윤이가 엄마처럼 토토들의 엄마가 되는 거지. 근데 서윤아, 엄마가 딸이 두 명인데 언니를 본다고 서윤이를 사랑하지 않은 걸까?"

"아니."

"그럼 서윤이를 사랑해주니까, 언니는 사랑하지 않는 걸까?"

"아니."


"서윤이는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마가 둘 다 사랑하는 걸?"

아이는 말은 안 했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깨달은 듯했다.


"토토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해주고, 편하게 해 줘. 왜 못 데려가는지 얘기해주고, 서윤이가 진심으로 아껴주는데 토토가 안 데리고 다닌다고 서운해하지는 않을 거야. 대신 다녀온 다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얘기해줘. 토토가 서운하지 않도록."

아이는 다음 여행을 떠날 때도 단 하나의 인형을 가져가야 한다면 어떤 인형을 데려갈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이 지금보다는 조금 덜 무겁기를 바란다.


여유가 된다면 두 마리 다 데리고 다니지만, 아이들도 챙기기 버거운데 아이들의 애착 인형까지 줄줄이 달고 다니는 건 엄마의 입장에서 조금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듣고 나니,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함께 갈 수 있게 허락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무릎 위 - 아이 무릎 위 - 상석은 토토의 것!

아이는 엄마인 내 무릎에 앉아서 놀고 있다.

엄마 발이 푹신하고 좋다며, 자기가 가장 아끼는 곰돌이 두 마리를 데리고 와 앉는다. 나는 우리 딸을 안아주는데, 우리 딸은 곰돌이 2 마리를 안아주고 있다.

이것이 '내리사랑'인 것일까?
어찌 됐든 아이가 행복하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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