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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Apr 06. 2023

<엄마일기>

네가 가는 그 길 뒤에 있을게

아이의 뒷모습

겁은 많은데

궁금한 건 못 참는 아이

만지고 싶은 건 많은데

손이 아주 서툰 아이

늘 전전긍긍하며

그림자가 되어

너의 뒷 꽁무니만 쫓아다녔지

그러다 알게 됐어

내 생각보다 어쩜 네가

길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걸 말이야

이젠 엄마는 한 걸음 뒤에 서 있을게

천천히 따라갈 테니

이젠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보렴



 혼자 걷기도 버겁던 아이가 걷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만지고 싶은 것도 많은데

겁은 더 많았던 아이

말보다는 울음이 먼저였던 아이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걷는다.

여유롭게 뒷짐도 진다.

그 자신감 넘치는 뒷모습을 따라 내가 걷는다.


넘어질까 바싹 붙어서면

아이는 조르륵 달아나버리고

'적. 당. 한. 거. 리'에 서면

아이는 다시 천천히 걷는다.


손을 잡고 걷지 않아도 좋아

늘 곁에서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아니, 보지 않아도 괜찮아

함께 걷지 않아도 좋아

네가 가고 싶은 길을 행복하게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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