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는 그 길 뒤에 있을게
겁은 많은데
궁금한 건 못 참는 아이
만지고 싶은 건 많은데
손이 아주 서툰 아이
늘 전전긍긍하며
그림자가 되어
너의 뒷 꽁무니만 쫓아다녔지
그러다 알게 됐어
내 생각보다 어쩜 네가
길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걸 말이야
이젠 엄마는 한 걸음 뒤에 서 있을게
천천히 따라갈 테니
이젠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보렴
혼자 걷기도 버겁던 아이가 걷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만지고 싶은 것도 많은데
겁은 더 많았던 아이
말보다는 울음이 먼저였던 아이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걷는다.
여유롭게 뒷짐도 진다.
그 자신감 넘치는 뒷모습을 따라 내가 걷는다.
넘어질까 바싹 붙어서면
아이는 조르륵 달아나버리고
'적. 당. 한. 거. 리'에 서면
아이는 다시 천천히 걷는다.
손을 잡고 걷지 않아도 좋아
늘 곁에서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아니, 보지 않아도 괜찮아
함께 걷지 않아도 좋아
네가 가고 싶은 길을 행복하게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