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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y 24. 2024

 다시 쓰는 일

꾸준히 한다는 것

브런치에 오랜만에 들어왔다.

아니 오랜만에 글을 남겨본다.

건강 상의 이유로 잠시 아파서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아주 좁은 속을 가진 나의 기분이 상해서였을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열심히 올리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브런치를 하는 사람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행복했다.

나도 나만의 공간이 생긴 듯 뿌듯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호응해 주고 응원해 주고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날은 글을 써놓고 독자를 기다렸다.

한 컷 잘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듯 독자를 기다렸다.

독자는 내 멋대로 구해지지 않았다.

글에 관심도 없는 남편을 독자로 강제 가입시켰다.

남편이 글을 보기 시작했다.

약이 아니라 독이었다. 너무 가까운 사람의 지적은 상처였고, 불편했다.

약간의 검열이 들어간 상태로 브런치에 일상을 적어내려 갔다.


그래도 좋았다. 간간히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았다.

가족들과 소중했던 날들이 브런치에 하나 둘 쌓이는 게 좋았다.

브런치를 오가며 소중한 인연들도 생겼다. 하나 둘 책을 내거나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나는 그들에게 진심을 다해 축하를 해줬다.

그들은 나아갔고, 나는 남았다.


매번 새로운 브런치에 유입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잡동사니 브런치로 전략했다. 이제와 정리하기엔 글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기에 지울 수 없었다.


어떤 날은 다음 메인이 걸려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내가 쓴 글이 메인에 걸렸다는 건 그만큼 괜찮다는 뜻(?) 아닐까 나 자신을 축하해 주며 기뻤다. 나도 쓰면 될 것 같았다.

뭘 써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쓰고 싶었다. 그게 문제였다. 뭘 쓸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쓰고 싶었다.


브런치를 한다면 사람들은 '왜' 하는지 묻는다.

글 쓸 수 있으니 좋다고 대답하면 그 밖에 부수적인 질문이 들어온다.

'글 쓰면 돈 나와?'

돈은 안 나오지만 그래도 출판사랑 연결되거나 그래서 작가가 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출판사에서 연락 온 적 있어?'

나에게 연락 온 적은 없지만 내 주변 브런치 지인들은 실제 연락을 받아 책을 낸 사람들이 꽤 많다고 대답해 줬다.

'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서 질문이 끝났다.

'뭐 별거 아니네.' 이런 뜻이었을까?

기분이 그랬다. 내가 열심히 쓰는 글에 대해 평가는 그게 다였다.

 

브런치의 많은 사람들은 글을 꾸준히 썼고, 눈에 보이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럴수록 축하하는 마음속에 부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딱히 남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편은 아닌데... 그랬다. 부러웠다. 짧은 시간에도 브런치로 승승장구하며 작가로 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러면서 브런치 작가로 8년을 활동하며 아무런 성과도 없는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나를 스스로 작가라고 표현해도 될까?'

'나는 쓰는 사람이 맞긴 할까?'


동화책을 구상했다. 친구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한 편이라도 써보겠다며 동화책을 썼는데 뭔가 아쉬웠다.

동화책과 함께 그림도 같이 넣고 싶었다. 내 부족한 글을 그림이 채워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패드를 구입해 그림을 그렸다.

재밌었다. 인스타를 열어두고 그림을 올렸더니 빠르게 좋아요가 달렸다. 중독적이었다.

브런치보다 몇 배의 속도였다. 한 동안 글 대신 그림을 그려 하트를 받았다.


그러다 스레드가 생겨서 이번엔 스레드에 글을 남겼다.

브런치보다 분량이 적어서 짧은 글을 쓰다 보니 처음엔 답답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글이 짧아지니 독자는 늘었다.

막항을 하는 날 기분이 너무 좋아 스레드에 자랑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줬고 팔로워가 순식간에 늘었다.

브런치에는 100여 명, 인스타에는 300여 명, 스레드에는 1000명의 사람들과 연결이 되었다.

아무런 글을 쓰지 않아도, 스레드에서는 하트와 위로가 따라왔다.


 그렇게 뜸하게 브런치에서 멀어졌다가 어느 날 들어왔더니 브런치 작가에게도 응원하기 메뉴가 생겼다. 누군가는 응원을 받고, 누군가는 응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랬다. 나는 그 후자였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썼지만 자주 쓰지 않았고, 많은 글을 썼지만 분야도 재각각이고 일관성도 없었다. 그래서 기분이 좀 그랬다. 물론 시범운영이었다는 건 알았고, 시간이 지남에 있어서 다른 작가들에게도 확대될 것이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좀 상했다. 뭔가 내가 급(?)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몇 년 동안 계속 발전 없이 정체기였던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누군가의 하트나 좋아요에 심취해 글쓰기보다는 그림 그리기나 댓글 달기만 열심히 했다. 글은 발전하지 않았고, 그림 실력은 늘었다.


 브런치를 쉬는 동안 그림을 배웠다. 이제 제법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글보다 그림이 재밌었다. 그림을 못 그려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나는 전공자가 아니고, 배우는 사람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글은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작가라는 목표를 가지고, 순수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의 경험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못쓰고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웠다. 글은 그랬다. 편하게 가볍게 쓸 수 있고, 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꾸준히 써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글을 쓰려고 생각하면 잘 쓰고 싶었다. 나는 문학 전공자에 글을 배운 사람이니까.


 계속 써도 될까?라는 물음에 메아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 대답을 했다. 응, 그냥 쓸 거야.

누가 쓰라고 해서 쓰는 글도 아니고, 그냥 쓰고 싶어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 그래서 다시 써보려 한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꾸준히 하는 것. 그 일들도 나중에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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