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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Aug 10. 2016

[엄마의 정원] 프롤로그 A -프로젝트 '엄마'

모두가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 프롤로그       - 엄마가 된 둘째 딸


  '아들 귀한 집 둘째 딸, 학창 시절 피부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에 <세수>라는 별명을 얻음'



엄마는 어떻게 엄마가 되었을까?


모든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 하나.   

아들 귀한 집의 차녀인 나는 그냥 말 잘 듣고 조용한 아이였다.   

“언니니까 먼저 하는 거야.” “동생한테 양보해.”  

언제나 내 순서는 없었다.

나이는 동생보다 많았지만 언니보다 어렸고,

어리지만 막내는 아니므로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었다.  

나이를 33살이나 먹어서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지긋지긋한 둘째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나라는 사람.   


집에 안가겠다고 길바닥에 누운 따님1
엄마의 인내심 테스트중- 쌀 뻥튀기 으깨기..

그런데 그런 나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어릴 때 이해할 수 없는 ‘미운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우리 엄마에게 못 받은 사랑만큼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랑’만으로 키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되니 사랑만으로는 해결하지는 못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나는 아직 어린데, 내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데….’  

‘나는 애가 둘이나 되잖아. 하나만 키워도 힘든데… 둘이면 오죽하겠어….’  

나를 위한 변명이 늘어날수록 나는 그동안 원망만 했던 엄마를 떠올렸다.  


결혼식을 할 때도, 아이를 낳았을 때도 생각하지 않았던 엄마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이래서 맨날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했구나.’  

‘이래서 엄마가 식사시간 때마다 소리를 질렀구나.’  

내가 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갈수록 나는 나의 엄마를 닮아간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적어도 내가 태어났을 당시부터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엄마는 많은 것을 잘했다.

직장도 잘 다녔고, 손재주가 있어 수예도 수준급,

요리도 잘해서 뭐든 뚝딱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의 나의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어렸던 시절의 엄마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엄마는 직장을 다녔고, 세 아이를 육아를 책임져야 했고, 5인 가족의 살림을 도맡아야 했다.   

엄마는 슈퍼우먼이었고, 그런 엄마를 믿는 아빠는 비교적 가정에는 소홀했다.

엄마는 아빠의 빈자리까지 더 열심히 했고,

덕분에 우리 남매는 비교적 괜찮은 아이들로 성장했다.    



결혼 5년 차가 된 나는 아이가 둘이다.

아빠를 닮은 까칠한 큰 딸과 엄마를 닮은 깜찍이 둘째 딸…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나는 어떤 엄마일까?’ 가끔 궁금해진다.  

엄마가 될수록, 나는 외치고 싶다.  

“얘들아, 엄마도 사람인데, 좀 살자. 엄마 좀 살려줘라.”  

말뜻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아이들에게

매번 나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외친다.  



인간다운 삶과 엄마의 삶은 다른 것인가?  

엄마가 되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대부분의 많은 엄마들이 인간답게 살면서도 아이들을 잘 보필하고 있다.  

하지만 나같이 어설픈 엄마들은

‘인간다운 삶’과 ‘엄마로서의 삶’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라는 것도 없는데,

나는 나만의 ‘엄마다운 엄마’를 생각하며 슬퍼하고 분노하고 자책하며 살고 있다.  


세상엔 많은 엄마들이 있다.

하지만 모두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아이가 생기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점점 엄마가 되듯이, 엄마도 그렇게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어릴 때는 이해 못했던 엄마의 말과 행동들이 요즘 들어 이해가 간다.    


우리 엄마는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엄마의 딸들은 자라서 엄마가 되었다.   

언니와 나는 하루에도 몇 통의 전화를 주고받으며 육아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그래도 우리는 엄마보다 낫다.’는 것이다.  

엄마는 참 힘들게도 사셨다.   

“너희들은 고마운 줄 알아. 너네 버리고 도망 안 가고 키워준 것만도 감사해라.”  

보통 엄마들이라면 자주 하지 않을 말 같지만,

어린 시절 우리 엄마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그래도 엄마가 고생한 시절을 알고 있는 자식으로서 그 말에 조용히 수긍한다.    

그래 엄마도 참 힘들게 살았지.

30년 이상을 엄마로 살았고, 죽는 날까지도 엄마는 엄마로 살 것이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었는데…. 

문득 엄마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졌다.  

어렸을 적 우리 엄마. 그리고 같은 엄마를 보고 자란 두 딸의 이야기.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생계를 위해 공대에 진학한 언니와 글 쓰는 걸 안 좋아하지만

얼떨결에 문학을 전공한 동생이 릴레이 연재식으로

어릴 적 우리 엄마, 그리고 엄마가 된 딸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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