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빨리 눈이 왔으면 좋겠어."
어린이집 하원을 하며
고사리같은 손에 종이 뭉탱이 2개를 보물처럼 챙기는 딸에게 그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눈사람이야."
아.. 그렇구나 잘 만들었네.
"엄마 빨리 눈이 왔으면 좋겠어"
왜?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거야"
우와 신나겠는걸?
그런데 엄마는 눈 차가워서 싫은데~
"엄마 눈이 오면 엄마 얼굴에 눈이 묻으면 내가 털어줄게"
정말? 고마워~
"엄마 눈이 엄마 옷에 뭍으면 내가 털어줄게"
고마워~
"엄마 눈이 엄마 가방에 뭍으면 내가 털어줄게"
응 잘 닦어줘~
"눈이 엄마 신발에도 뭍으면 내가 그것도 털어줄게"
아이의 말 속에 함박눈을 온몸으로 맞아
소복한 눈사람이 된 내 모습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나는 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얀눈을 보며 껑중껑중 뛰어다닐 녀석을 생각하니 갑자기 눈이 그리워졌다.
- 2018년 11월, 초겨울 어느 날
하원 하던 딸이 내게 문득 꺼낸 첫 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