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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r 20. 2019

[엄마 노트] 엄마의 장래희망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 엄마는 어릴 때 화가가 되고 싶었어.

하얀 도화지 위에 

엄마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그려 낼 수 있으니까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또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궁금한 것들을 친구들에게 알기 쉽게 알려주는 걸 좋아했거든. 

엄마는 뭐든 잘 알고 있는 척척박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가수가 되고 싶었어.

네가 지금 북을 두드리고 큰 소리로 동요를 부르듯이 

엄마도 어릴 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단다.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

맛있는 음식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할머니를 보며

나도 어른이 되면 멋진 요리사가 되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었지.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도 어릴 때 너처럼 거울을 좋아하고 예쁜 것들을 좋아했단다.

그래서 엄마는 화장도 예쁘게 하고, 

머리도 예쁘게 만들어주는 미용사가 되고 싶었어.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

너와 동생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이 다르거든.

엄마는 예쁜 옷을 만들어주는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단다.


엄마,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심리학자가 되고 싶었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고 싶었거든.

그리고 또 간호사도 되고 싶었어. 

정말 아픈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 

우리 가족이 아플 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엄마, 엄마는 왜 이렇게 꿈이 많았어요?

엄마는 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살았지. 

살아가다 보면 너도 엄마만큼 많은 희망사항을 가지게 될 거야.


엄마는 너를 만나면서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단다.

네가 배가 고프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

네가 좋아하는 인형 캐릭터를 그려주는 화가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

네가 아플 땐 너를 간호해주는 간호사

네가 궁금한 것들을 알려주는 선생님

그리고 너의 미용사이자 의상 디자이너가 되었지.


그런데, 엄마.

엄마는 그럼 앞으로 또 뭐가 되고 싶어요?




7살이 된 딸이 어느 날 내게 물었다.

"엄마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직업의 개념이 아주 약한 아이에게 나는 어떤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엄마는 아주 꿈이 많았어. 선생님도 되고 싶었고, 변호사도 되고 싶었고, 미용사도 되고 싶었어."

아이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맑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봤다.

'뭔가 아이가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구나'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육아를 하면서 너무 오랫동안 잊혀 있던 나의 예전 꿈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엄마도 한 때는 꿈이 참 많았지.




1년 전 어느 날 썼던 일기.

7살이던 딸이 학교를 갔다. 이제 8살...

공주가 되고 싶다던 7살 아이는 요즘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알아가면서

날마다 꿈이 변한다.

선생님, 발레리나, 화가, 미술 선생님, 간호사...

남들보다는 조금 느린 듯하지만 

천천히 내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기로 했다.

물론 자주 조급증이 난다.

조금 더 빨리 남들 만큼 갔으면 싶지만 그건 역시 엄마 욕심.

아직은 괜찮아, 천천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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