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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Jun 22. 2024

ᴇᴘ. 87 자화상 그리기

(feat. 한 달째 출장 중)



누구보다 단단한 내면을 갖고 싶었다 부질없이 물러터진 성격 덕분에 살며시 돌려도 어디서든 쏟아지는 수도꼭지처럼 눈물까지 완벽히 준비된 나의 모습 어떤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일들을 굳이 내 시간과 돈을 들여 돕고 베풀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했으며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하게 여겼다 결코 가식은 아니었으나 언제 어디서나 모범적이고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함은 분명했다 나 역시 보편적인 여느 인간처럼 강함과 약함 그리고 악함과 선함이 공존하는 사람인데 오롯이 강함과 선함만을 용인하며 입을 봉쇄하고 손발을 종종 묶어버리곤 했다


이젠 더 이상 나를 부정하지 않기 위해 내려놓기 연습 중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금만 덜 생각하고 빠르게 내뱉고 행동하려 한다 생각이 본능을 지배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언어가 살아 움직이기 전에 본연의 나를 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입을 닫아버리고 싶은 날 일하기 싫은 날 눈물을 흘리고 싶은 날 꼼짝하기 싫은 날엔 내게 채찍질 말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만 누워 있어 봐야지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역정이 가득한 날 받기 싫은 전화를 보며 모른 채 해버리는 것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지 결국 그런 모습도 전부 나일테니 어떠한 모습이라도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ᴘ. s. 저의 몇 안 되지만 소중한 브런치 친구분들,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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