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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Jan 07. 2024

ᴇᴘ. 59 감정들

[다양한 감정들]



시간이 지나며 많은 감각은 미묘해진다 정교했던 외로움이 무뎌지고 그날의 처절했던 눈물들은 출처 없는 감정의 홍수가 된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최소한 그것에 대해 나름의 기준만 있다면 살아가는 수많은 선택의 고민들은 조금 더 명확해질 것 같다 그럼에도 인생이 정처 없이 떠도는 얇은 감각의 표피에 지나지 않는 것은 누구도 그 순간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탓이다 나 또한 구체적인 맥락을 희망하지만 마지막까지 희미한 기척들에 의존한 채 살아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이 내게 일어났고 어떤 연유로 그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인생은 논리적으로 감히 계산할 수 없는 운명과 우연들로 뒤섞여 있으니까


한때는 많은 것들로 쉽게 물드는 투명한 인간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그 결론이 너무 짙어 다른 색이 내 안으로 쉽게 스며들 수 없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것이 단단한 마음인 양 기세등등했으나 견고한 틀로 이루어져 있는 내 삶이 실은 쉽게 상처받는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임을 깨닫곤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아마도 그 몇 번의 한때로 인해 감정을 빗대고 은유로 흐리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 모양이다 한때는 또 한때는 그런 순간들이 모여 나의 오늘날에 이르렀다


확고한 것들이 쉬 날아가 버리는 시간들로 인해 사랑한다는 말보다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아무렇게나 되어도 좋아 같은 말들을 더욱 신뢰한다 연고도 없는 외로움에 사무쳐 며칠을 나약한 오해들로 지샐 때면 그저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 어딘가에 닿아 있기를 갈망해 보기도 하고 말이다 살아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실로 엄청난 일이다 그 모든 감정의 연장선에서 숨 쉴 틈 없이 흩날리며 여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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