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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Jan 06. 2024

ᴇᴘ. 57 언제 펼쳐도 좋은 책

[모든 요일의 기록]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하고 지금까지 말한 그 모든 행위가 마지막에 쓰다에 도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점일지도 모른다 나는 읽고서 쓰고 보고서 쓰고 듣고서 쓰고 경험하고서 쓴다 뛰어난 난 문장가도 아니면서 그럴듯한 시나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쓴다 아무도 못 보는 곳에도 쓰고 모두가 보는 곳에도 쓴다 쓰고서야 이해한다 방금 흘린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방금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분노했는지 왜 힘들었는지 왜 그때 그 사람은 그랬는지 왜 그때 나는 그랬는지 쓰고 나서야 희뿌연 사태는 또렷해진다 그제야 그 모든 것들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쓰지 않으래야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259-260p


산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선택에는 '만약'이 남는다 오늘 점심 메뉴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큰 결정까지 '만약'이 배제된 순간은 없다 하지만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이다 그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91p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에도 그 줄거리나 주인공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도 그 책을 떠올리면 심장의 어떤 부분이 찌릿한 것은

내 몸에 그 책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중


나를 구원할 의무는 나에게 있었다 매일은 오롯이 내 책임이었다 때론 책이 우리를 구원하다 책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책으로 구원받는다 드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귀하게도 고맙게도, 75-76p

언제쯤 내가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헛된 기대도 하지 않고 나는 어쩌다가 이런 고통을 당하게 되었을까 라며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않고 이것이 나의 인생 순간순간이 나의 인생 이 인생의 주인은 나, 87p


결국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쓰다'와 '살다'는 내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278p


낡고 오래된 것들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낸 색감과 질감을 좋아한다 그걸 찾기 위해 기꺼이 헤맨다 헤맬 따마다 보석이 내 손 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차올라 목 끝까지 간지럽힌다 그렇게 행복한 감정으로 길을 걷노라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인다 낡은 벽을 좋아하는 낡은 내가 좋다 그런 나라서 언제 어느 도시에서라도 나는 쉽게 행복하다, 174p


나는 내가 비옥한 토양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어떤 나무가 자라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무가 튼튼했으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200p


책을 재독 해서 읽는 걸 좋아한다 가끔 영감이 떨어질 때면 좋아하는 책들을 꺼내 밑줄 그어 놓은 문장들을 보며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나는 그렇게 다시 살아난다 언제 읽어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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