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책을 읽고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기획자의 습관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사바사인 듯하다 기록이 만들어낸 기억은 꽤 유용하다 덕분에 나의 일기장과 휴대폰 메모장엔 수많은 글들이 가득 차 있다 독서를 할 땐 연필과 노트 그리고 인덱스가 필수인데 외출할 때도 출장을 갈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읽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외출을 할 때도 책과 노트와 필통은 언제나 나와 함께한다 작은 가방을 들고나갈 땐 보부상처럼 사이드 가방에 이것저것을 넣고 다니니 어깨가 무겁다는 단점과 집에 들어오며 내가 이걸 왜 들고나갔지 자책을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책에서 얻는 단단한 지식들과 지혜들을 나의 것으로 온전히 녹여 들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정약용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기억과 생각은 흐려지고 사라지니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며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야 한다는 말씀에 지극히 공감한다
리얼 라이프에선 하루의 상념들이 어찌나 빠르게 휘발되어 날아가 버리는지 어리석은 나는 많은 것들을 잊는다 심지어 어제 주차 한 차를 몇 층에 세웠는지조차 깜박하니까 가끔 텍스트 중독이나 기록 강박증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좋은 문장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과 그것들을 잊지 않고 장기적인 기억으로 가져가 실천하기 위함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작은 생각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큰 덩어리가 된다 단수의 지식들이 복수의 지식들로 바뀌게 되고 뻔한 클리셰나 생각의 관성들을 버릴 수 있게 해 주니 책에서 가져온 사소한 기록들은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많은 것들에서 의미를 찾는다 비록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기록 일지라도 그것들은 놓치고 있는 기억의 순간들을 회상시켜 준다 지나간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건 결국 나의 삶을 잘 지켜내기 위함이 아닐는지 생각했다 이토록 다양한 이유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내 마음의 흔적을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