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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Feb 17. 2024

[ᴍ] 어른 아이




진통제 한 통을 다 먹고 나서야 살아났다 사실 이것이 몸의 아픔인지 마음의 아픔인지 저울질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육체적 아픔이 더한 경우 마음의 아픔을 구원할 수도 있다는 게 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으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다 괜찮아 괜찮아했지만 난 하나도 괜찮지 않았나 보다 어린아이처럼 생떼도 부리고 싶고 잘했다는 칭찬도 받고 싶었다 그냥 위로받고 싶은 막연한 갈망 생각이 나버린 후에 멈추는 건 의미가 없다 적어도 나에겐 외로움이란 단어는 아직도 낯설다 고독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사랑은 삶의 원동력이며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는 강력한 동기라 생각하니깐 나는 어른이지만 사랑에서만큼은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 상처가 될 줄 알면서도 만져보고 뛰어들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하고 넘어지는 순간보다 이후의 슬픔이 더 아프다는 걸 알고 있는 어른 아이 나는 어른 아이다 그래도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이겨내야지 잘 버텨내야지 좀 더 성숙하게 좀 더 태연하게 좀 더 유연하게 그렇게 한 발 한 발 그러다 공기가 빠져버린 풍선처럼 서서히 하루하루 조금씩 자연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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