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보통 연애를 하고 싶었다 여름엔 열대야를 피해 늦은 새벽 한강을 산책하고 눈이 부시게 예쁘게 피어난 구름과 노을짐 별과 달빛 사진을 공유하고 주말엔 둘 다 잠이 많아 서로를 꼭 끌어안고 늦은 오후까지 실컷 잤으면 좋겠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서점에 들러 서로 보고 싶은 책을 고르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가 놓친 문장을 다시 읊어주고 손을 잡고 미술관의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슬프고 유치한 영화를 보며 울고 웃고 싶고 실패한 요리를 나눠 먹으며 깔깔대고 비가 내리는 날 서로의 어깨가 젖을 정도로 작은 우산을 쓰고 센티한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고 얼굴이 달아오를 때까지 술도 마셔보고 겨울엔 담요 한 장을 함께 두르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로맨스 영화를 섭렵하고 종일 끌어안고 있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처럼 흘러가는 하루의 끄트머리를 혼자가 아닌 둘이서 잡고 버티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사랑은 왜 이리도 어려운 건지 어느 날은 신을 소환하여 묻고 싶었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자격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건지 그렇다면 그런 건 어떻게 받아야만 하는지 헛된 질문이라 해도 묻고 싶었다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지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듯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 것뿐인데 사랑한다는 특권이 선택받은 것이든 뭐든 나는 그저 있는 힘껏 당신의 결핍을 메워주고 싶었을 뿐인데 당신의 빈틈마저 사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면 보통이 아닌 사람과 보통 연애를 한다는 게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일초만 지나도 과거인 시간의 틈에서 당신은 죽지 않는 현재이며 내 세계의 모든 시간을 앗아갔다 당신은 내가 여유롭고 평온하게 영위할 수 있는 매 순간의 매개체 만약 당신이 겨울의 햇살을 보고서 봄이라고 한다면 나는 무비판적으로 그것을 봄이라 찬사 할 것이며 칠팔월에도 눈이 내린다고 하면 그때부터 나의 기도 제목은 아마 여름의 눈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