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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Mar 19. 2024

[ᴍ] 장마




비가 내렸다 왜 하필 오늘인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창문에 찬 습기가 슬그머니 시야를 가릴 때 좀처럼 그것이 왜 하필 지금인지 나는 그 뜻을 헤아릴 수가 없다 우리는 모른다 지금 이 비가 어떤 의미로 내리는지 바람은 왜 불어와서 나를 잠깐 멈추게 하였는지 곧이어 하늘이 개고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유난히 밝은 햇살에 하던 일을 뒤로한 채 물끄러미 어떤 생각들이 나를 가두어 두는지


아마 이유란 것은 애초에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처럼 어느새 비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까닭인지도 그것은 분명 드문 일이다 마음을 준다라고 하는 것 마음을 호젓하게 내보이는 것은 차마 외로움 앞에 당당하지 않고서야 행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비가 오면 옷깃이 젖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흩날린다 하물며 살아있는 동안 당신을 생각하는 것이 내게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이치인 것을 오늘날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을 때 나는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에 확신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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