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12/30 호빵맨의 날>
8:10 호텔에서 나가기
9:30 호빵맨 빵 사고 호빵맨 그리팅
원래 9:30 호빵맨 그리팅을 하려고 했으나 여행 출발 전날 새벽에 내가 아빠 티켓을 안끊은 것을 알게 되었다. 고베는 입장권을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하고 예약 시에 입장 시간도 1시간 단위로 정해서 들어간다. 혼잡을 줄이려고 그러는 모양이다. 현장은 잔여석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고 대개 12시부터 현장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하루 전날의 예약 현황은 11:30 입장권부터 남아 있어 아기와 내가 입장하는 시간과 두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일단 그리팅은 포기, 10:15까지 가는 걸로 계획을 바꾸고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한다. 고베는 도카이도 산요본선 기차로 27분이면 간다.
예전 고베가 경제불황을 겪을 당시 호빵맨 박물관이 고베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역시 고베에 도착하자 온 사방팔방에 호빵맨이 있었다. 가는 길 내내 호빵맨 캐릭터를 돌로 깎아놓은 것이 있어 온 동네 호빵맨에 인사를 하느라 아기는 지루하지 않게 길을 간다.
드디어 박물관이 보인다. 겉보기에 규모가 상당해보인다.
원래 입장이 안된다는 것을 직원의 도움으로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세 식구 함께 입장을 했고 10:30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늦어서인지 앉아서 보는 좌석은 다 만석이라 서서 공연을 봐야 했다. 아기는 흥분했고 공연이 끝나자 아쉬움에 울어제꼈다.
겨우 아기를 달래서 호빵맨 빵을 사러 지하로 갔다. 호빵맨 빵 이게 뭐라고 줄을 30분은 선 것 같다. 물론 아빠를 세우두고 아기와 나는 쇼핑을 했다. 후코콰에 비해 쇼핑가가 거의 몰처럼 크게 형성되어 있어 지갑이 닫힐 틈이 없겠다. 아기 잠옷도 하나 사고 치약 칫솔도 사고 선물거리도 몇 개 샀다. 그나마 소소한 것을 산다고 하는데도 역시 캐릭터 상품은 비싸다. 다만 의류제품들은 소재가 매우 좋아 비싸도 살만하다고 느껴졌다.
역시 빵은 맛이 없었다. 그래도 기념으로 먹어본다.
얼레벌레 시간을 때우고 12:30경 1시 15분 공연 줄을 서려고 했는데…. 2시 30분 좌석까지 마감이란다. 오후가 되자 입장객들은 더 쏟아져서 일본 아기들은 여기 다 모인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서서 관람을 하는데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졸린데 보고 싶어서 억지로 깨있는데 잘 안보이니 짜증이 난 모양이다. 아빠는 도대체 어디갔는지 안보이고 어쩔 수 없이 팔아 빠져라 안아서 공연을 보여줬다. 거의 공연이 끝날 무렵 아기 눈이 슬 감기기에 얼른 박물관을 뛰쳐 나와서 유모차에 재웠다.
우리는 바로 옆 우미하버랜드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푸드코트로 가서 그나마 줄이 짦은 곳에서 볶음 우동과 돈코츠 라멘과 만두를 시켰다. 맛은 기대를 안한 탓에 적당히 먹을 만 했다. 이곳도 키즈존이 많아서 아기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게 낮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장소도 있고 키즈카페 스러운 곳도 있어 아기들로 북적거렸다. 오사카 시내에서 아기 한명을 보기가 힘들더니 일본도 대도시에서 아기 키우기에는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니시무라 나카야마테 택시타고 가서 커피 한 잔
https://maps.app.goo.gl/yBhdy17XMnEUM2hR9?g_st=ic
걸어오며 이쿠타 신사 들러서 부적하나 사고
https://maps.app.goo.gl/Hp8USSyqnD1iEXCy9?g_st=ic
(라는 계획은 오간데 없고…)
여러 가보고 싶은 곳들이 있었지만 유모차로 도저히 이동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오사카로 돌아가기로 한다. 대신 아쉬우니 도톤보리의 에비스 다리는 보아야겠다.
가는 길에 부랴부랴 저녁 식당을 예약 했다. 온통 고기집 천지라 그 중에서 그나마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선택했다.
놀랍게도 일본 여행 중에 지하철을 한 번도 타보지 않았는데 이번이 첫 도전이다. 사람은 너무나 많고 길은 꼬불꼬불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서울 못지 않게 유모차로 이동이 힘든 오사카다. 도시의 속도를 아기가 따라가기는 힘이 든다.
비슷비슷한 고깃집이 워낙 많아 조금 헷갈려하며 찾아간 식당은 한산했다. 모듬 셋트와 파가 올려진 우설. 그리고 맥주를 시켰다. 늘 느끼는 거지만 소고기는 역시 한국이다 싶다. 고기맛 보다는 양념맛으로 먹는다. 고베에서 고베규를 데판야끼로 먹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걸로나마 아쉬움을 달랜다. 그래도 잠에서 깬 아기가 고기를 어찌나 잘 먹는지 밥 한공기를 뚝딱하길래 그걸로 되었다 싶다.
대충 배를 채우고 윰차도 안타 걷기도 싫어 병이 발동한 아기를 들쳐업고 에비스다리로 간다. 사람에 밀려 둥둥 떠내려간다더니 정말 사람이 많았다. 차라리 아기를 업고 다니는게 더 안전했다.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사진 같이 찍고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있는데 그래도 오사카는 양반이다. 에비스다리 위에 스파이더맨이 기부함 박스를 앞에두고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근데 스파이더맨이 여러명이네..
어딜 구경하거나 둘러본다고 어물쩡거리기엔 세 식구 이산가족 되기 딱 쉬울 것 같아 인증샷만 찍고 대피한다. 한 정거장을 걸어 내려가며 둘러보았기에 얼른 인근 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오사카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길에 유명한 하나타코를 만났다.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무렵 직원분이 아기를 보고 테이크아웃이냐고 묻더니 아기가 있어 바로 주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횡재야, 가끔의 이런 배려로 아기와의 여행이 힘이 덜 들때가 있다.
참새 방앗간 편의점을 들러 간식을 사고 호텔로 향한다. 슬렁슬렁 다닌다고 다녀도 일일 2만보는 기본이다.
이미 배가불러 타코를 10알 사면서도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호텔에 돌아와 대충 정리하고 하루를 마감하며 맥주와 함께 한 입 먹는 순간!!
이번 여행은 너구나 싶다.
여행마다 한 군데씩 대단한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은 돈과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보람으로 메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