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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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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Dec 22. 2022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느린 정원

수년만에 찾은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일찍 서둘러 간다고 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입장도 전에 질려버렸다. 누구나 그림으로 돈을   있다는(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인가보다.


요즘은 뭔가 그림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그린 것 같은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스타일이 트렌드라고 느껴졌다. 너무도 많은 유사 그림체.

인기 작가들은 서일페에서도 꽤나 쏠쏠하게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부스들은 하나같이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막 그리는 캐릭터 쪽 보다는 제대로 그린 사람의 작품을 더 선호하는 것 같고 그런 나의 취향이 반대로 시장에서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술로 밥을 벌어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자기와의 싸움이다. 운이 좋아 시대의 흐름과 잘 맞으면 참 좋겠지만 그것은 개인의 의지로 되는 부분은 아니니까.


역시나 나는 본업을 놓치지 않은 채 취미생활로의 그림생활을 이어나가야겠다 싶다. 그런데도 배울 것은 넘쳐나니 먹다 체할 지경이다.


돌아오는 길에 근처 옛 회사에 들러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따뜻한 시간들이었지만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서인지 기가 꽤나 빨리는 느낌이었다. 퇴사한지 거진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와중에 나를 알아보고 외부인 프리패스 시켜주시는 경비 아저씨들이 반갑고 또 감사했다.


큰 회사를 다니는 직원은 받아가는 것이 많은만큼 그 이상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 정도로 내 인생을 던질 만큼의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아마도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 길로 미적미적 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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