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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Oct 06. 2016

팬 입장에서 ‘멋대로’ 상상해 본 DJI의 미래

'드론 제조사'나 '이미징 기업'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기업, DJI

2006년 홍콩 과기대 출신의 프랭크 왕(Frank Wang)이설립한 회사. 창립 10년째,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한 기업. DJI는 2016년 10월, 휴대성에 방점을 찍은 매빅프로(MavicPro)를 선보였다. 이태원 플래툰 소넨덱(Platoon Sonnendeck)에서 진행된공식 론칭 행사에 다녀온 뒤, 제품 사용자로서 이 회사를 지켜 본 소회를 정리해 본다.


2016년 10월 5일, 이태원에서 공식 론칭을 알린 매빅프로(MavicPro). 오즈모가 풍긴 '독일제'스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드론과 DJI라는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팬텀2 비전플러스 때부터 시도한 고프로(GoPro)와의 ‘과감한 이별’시도때문이다. 지금도 고프로는 액션캠의 대표 브랜드지만, 당시에는시장을 독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큰 리스크를 감내한다고 보였다. 물론 ‘High Risk High Return’. 과감한 이별에 성공한다면 DJI는완전히 ‘독자적’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겠지.


시나리오는 DJI 편에서전개돼 왔다. 수면 하에서 치열한 혁신을 해 와서였겠지만, 팬텀3 시리즈에 이르러 DJI는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비행체와 높은 수준의영상 장비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팬텀3로입문

팬텀3가 한창흥행을 이끌고 있던 2015년 4분기, 더 이상 드론에 대한 궁금증을 미룰 수 없어서 시마(Syma)의 X5SC로 연습 비행을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국민 드론’으로 불리며 입문용으로 각광 받던 그 기종은 잔 바람에도 심하게 일렁이는 조악한 제품이었다. 호버링(Hovering)조차열과 성을 다해야 하다 보니, 날리는 재미 보다 스트레스가 더 심했다. 결국 그 놈은 여학교 옥상으로 불시착 해 버렸고, 찾느라 변태로 몰리느니 깔끔하게 포기하고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평소 탐내던 팬텀3 어드밴스드를연말-연초 세일 기간에 구입했다. 무척 추운 2016년 1월 초, 심천(深圳)에서 발송된 박스를 개봉했다. 패키징부터 놀라웠다. ‘중국산’에 대한 고정관념은 포장의 디테일을 촉각과 시각으로 느끼면서 완전히 부서졌다. 첫 비행 이후 회를 거듭할수록 GPS나비전포지셔닝, 짐벌의 정밀함, 조작의 편의성 등 기체의 매커니즘이나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체감하고 감탄은 거듭됐다. 미제나 일제, 유럽산 이었다면 이 가격에 이런 기계를 만질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놀라운 경험을 해 나가던 중, 친분 있던 기자가 DJI코리아 마케팅/홍보 담당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제품을 경험해 보고 감탄해 마지 않던 때라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덕택에3월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과 함께 판매한 팬텀4나 이후 출시한 오즈모(Osmo) 플러스를 체험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는데, 새로나온 제품을 만질 때 마다 진일보 하는 디테일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말뚝 호버링'으로 큰 놀라움을 선사했던 팬텀4. 출시 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더 못생겨 졌네'라고 생각했는데, 실물을 보니 보강된 디테일들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거듭 진화하는 디테일을 느끼다

팬텀4는 전작에 비해 요소 요소가 훨씬 매끄럽게 다듬어 져 있었고, 비전포지셔닝 등 진일보한 매커니즘이 이끌어 내는 ‘말뚝 호버링’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공산품으로써 종합적인 질감은 애플 제품에 가까웠다. 디테일에 디테일을 더해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 내는 모습 말이다.


짐벌 기술을 활용하지만 비행 기능은 없는, 촬영 전용 기기인 오즈모는 일제카메라와 독일제의 중간쯤에 있는 느낌이다. 광학적인 특성이야 일제나 독일제 DSLR에 비해 아직은 한 수 아래일지 모르지만, 제품의 질감이나 조작의 편의성, 사용자 경험 등 종합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앞에서나온 얘기지만, 오즈모에 니콘이나 라이카 브랜드가 붙어 있다면? 예상가격은 2백만원을 훌쩍 넘어가지 않을까?

오즈모 플러스. 브랜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만지게 한다면 '일제'나 '독일제'라고 말 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 밖에도 DJI는 로닌이나 DJIFocus 등 다양한 광학 기기 라인업을 통해 종합적인 이미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지향하는 궁극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드론 전문? 이미징 전문?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이 회사의 팬 입장에서 ‘멋대로’상상해 본 모습은 이렇다.


XYZ축의 지배자

DJI의 대부분 제품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부품은 짐벌(gimbal)이다. 구조물이 어떤 운동 상태에서 놓이더라도 자이로스코프를 수평으로 유지해 주는 이 장비는 좌우(X) 위아래(Y) 전후(Z) 방향축의 회전을 관장한다. 이에 관해 켜켜이 쌓인 최고 수준의 노하우는 향후 자가용 쿼드콥터나 자율 주행 자동차등 교통 수단에 높은 부가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이미징 영역에서 전문가들에게만 허락돼 온 다양한 기법들이대중화 되는 속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상상해 보건대, 수년 내 XYZ축의 지배자는 물 속 세상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이미 수중 드론은 세상에 있지만, 대중화와 고도화는 DJI가 해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덧 : 내가 알기로 DJI는사설 수리 업자들에게 짐벌 부품을 파트별로 판매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짐벌을 통째로 교체하거나, 사제로 제작한 부품을 끼워야 하는데 아마도 관련 기술에 관한 민감도가 무척 높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입체적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플랫포머

이 소주제의 제목에서 Geographic을 Spatial(공간의)로 바꿔 쓰는 게 보다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구글 지도 반출 논란’에서대중적 관심이 환기 됐듯이, 지리 정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중 핵심이다. 작게는 포켓몬 고 같은 게임에서부터 크게는 국방에 이르기까지, 지리 정보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우리가 흔히보는 평면 지도나 위성 촬영 지도는 지상의 모습만을 담는다. 만약 지상과 대기권 사이의 공간을 지도로 만든다면, 그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나는DJI 라고 생각한다. 


이미 온디맨드(On Demand) 항공 촬영은 드론 대중화로 인해 비즈니스화 됐고, 이런경험들이 고도화 되면 비 군사지역이나 비행금지구역 외 입체 공간을 DB화 할 수 있는 최적의 기업은DJI 아닐까? 이렇게 쌓인 GIS는 자율 비행을 하는 자가용 비행기 등에 월정액으로 공급되고, DJI는지금의 통신 회사들처럼 파이프라인 사업자가 되는 거지… (혹은 이 시스템이 위치 기반 광고 비즈니스모델이 된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상상이 너무 멀리 나갔나? ;;;)


비행 시뮬레이터 기반의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요즘 핫 하다지만 아직 탑 플레이어가 없는 VR 시장. 안방에서 헤드셋만 쓰면 세계 각지의 하늘을 실제로 날아다니는 것 처럼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날고, 그 속에서 게임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무래도 XYZ축의 지배자가 입체적으로수집한 지리 정보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않을까 상상해 봤다. 마음 맞는 친구와 연합해 오늘저녁에는 터키 카파도키아 하늘에서, 내일은 사하라 사막 상공에서 북미의 어떤 무리들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면, 정말 신나지 않을까? 콘솔 제조업체, 혹은 PC 메이커 등등… 손내밀 곳은 널리고 널렸을 것 같다.


공학적 지식이 일천한 일개 개인이 1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인 테크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논한다는 자체가 ‘피식~’거리이긴 하다. 하지만 그들의 제품을 겪으면서 중국, 혹은 중국산에 대한 고정관념이박살나는 경험을 했고, 팬이 됐으며 미래를 함께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잊고 지내다가 몇 년 뒤 이 포스팅을 열어 보고 손발이 오그라들어 녹아 내리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팬심으로 몇 줄 끄적여 놓고 싶었다. 


PS. 고프로의 카르마와 매빅을 비교하는 글들이 많이 보이는데, 몇가지 중요한 요소만 봐도 DJI의 완승이다. 휴대성, 가격경쟁력, 퍼포먼스 등등... 고프로는 DJI로부터 두번째 강펀치를 얻어 맞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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