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것들이 줄지어 나란히 있거나 놓여있다
저쪽에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거 보이지? 저쪽으로 가면 된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쪼롬히’라는 표현이 문장 안에 들어가 있으니 대략의 뜻을 짐작할 수 있지만, 단어만 따로 떼 놓으면 좀처럼 원 뜻을 유추하기 어렵다. 난이도가 높지만 모음 ㅗ가 연속되기에 귀엽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비슷한 것들이 줄지어 나란히 있거나 놓여있다는 의미다. 가지런하다기보다 옹기종기 모인 것을 가리킬 때 적합한 말이다. 상대를 낮춰보거나 귀엽게 여긴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태생적으로 귀여운 사물 혹은 존재를 수식할 때 쓰면 말 맛이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장독대들 쪼롬히 서있는 거 보이 든든하데이”라는 문장 속에서는 단순히 가지런하다는 의미만 전달한다. 하지만 “삥아리(병아리)들 쪼롬하이 모이가(모여서) 짹짹거리는 거 봐래이”라는 문장에서는 줄지은 모양새가 귀엽다는 뉘앙스도 전달하는 식이다. 쓰는 이에 따라 “쪼로미” 혹은 “쪼롬하이” 등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한국어 의문문 종결어미 “~냐?”를 귀엽게 생각한다거나, 스위스인이 한글로 쓴 ‘스위스’를 보고 산과 산 사이에서 창을 들고 서 있는 자국민을 표현한 것 같다고 한 에피소드를 들은 적 있다. “쪼롬히”라고 발음해보면 외국인들이 이야기한 그런 느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귀엽고 신통방통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