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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May 13. 2022

ADHD는 오히려 강점이 됩니다.

[레오의 강점연구소] 저도 ADHD입니다만...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반드시 이런 보호자를 만납니다. "우리 아이 가요. 집중을 잘 못해요. ADHD가 아닌지 의심스러워요"라며 자녀가 산만하다며 미안한 눈빛으로 저를 보세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적어도 10살 전까지는 단정 짓지 말고 아이를 보자고요. 10살 이전에 ADHD라고 왜 특정 짓지 말아야 하는지 쭈욱 설명을 드리면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는 분도 있지만 못 믿는 분도 계세요. 병원을 다녀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의심이 된다며 걱정을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고, 심지어 약을 먹이는 분도 있었습니다. ADHD 기준의 문턱이 낮아진 부분도 있고, 불안을 조장해 장사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사실 모든 판단은 보호자의 몫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약을 먹이면 세상이 평화롭다고 말할 정도로 약물에 의존적인 보호자를 만난 경우도 있었죠. 이런 분들에게는 의사보다 아이를 믿어보라며 약 복용은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ADHD 판정을 받거나 의심을 받는 사례가 꽤 있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죠. 절대적으로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고, 더더욱 필요한 것은 보호자의 양육태도의 변화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집중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면 '우리 아이가 ADHD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들은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구조적이고 정형화된 수업을 할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난장판이 되기도 하죠. 이런 아이들에게 교정적인 교육을 할 경우 교사와 아동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입니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힘들고, 아이는 아이대로 힘이 듭니다. 서로 라포 관계 형성은커녕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굉장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손바닥을 뒤집듯이 ADHD에 대한 관점을 전복시켜버립니다. 어떻게요? ADHD는 좋은 것이다.


강점관점으로 ADHD를 보면 아이를 이해하는 맥락이 달라지고 특별한 규칙이 발견됩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문제 그 자체로 보았다면 아이의 강점으로 보는 것이죠. 이런 저의 방식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문제행동을 가능성 그 자체로 보는 것은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것을 위해서는 딱 한 가지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강압과 억압 없이, 어떠한 의도와 개입 없이 아이를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인식해야 합니다. ADHD는 주의력이 결핍된 상태가 아니라 주의력이 과잉된 상태라고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아이가 선호하는 것을 찾습니다. 미술 도구 중에는 연필부터 물감까지 건식에서부터 습식 재료가 있고, 3차원의 재료들도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봅니다. 제가 만난 ADHD 아이들은 대부분 남자아이였습니다. 남자아이들은 로봇이나 소방차, 공룡, 우주와 같이 어떤 특정한 주제를 좋아합니다. 좋아하게 되어있습니다. 공룡을 좋아한다는 아이와 공룡을 그려보기로 합니다. 막 그리고 시작하더니 밖에서 '기린'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기린이 생각났는지 기린을 그리기 시작하려다 누가 소리를 냈나 궁금했는지 밖으로 뛰쳐나가 봅니다. 저도 빠르게 뒤를 따라서 '누가 기린이라고 했지?'라며 함께 관심을 가져봅니다. 그 소리를 낸 사람을 찾는 것도 정말 중요한 과정입니다. 사람이 없으니 다시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이 친구는 기린은 무엇을 좋아하고, 목이 얼마나 긴지? 에 대한 생각을 가지며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칠판에 기린과 흡사한 것을 그리지만 누가 봐도 기린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본 기린 중에 이렇게 멋진 기린은 처음 봤다고 깊이 감동해 줍니다. 결코 비판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줍니다. 주의력 과잉이라 어디에 또 주의력을 둘지 아주 민감하게 관찰합니다. 칠판은 화이트보드라 검정, 빨강, 파란색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기린은 노란색이라며 반대쪽으로 달려가 노란색 매직을 가져옵니다. 매직은 지워지지 않아서 아이에게 간단한 규칙을 알려주고 부탁합니다. 화이트보드 칠판 대신 커다란 종이를 주겠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작은 종이를 줘선 안됩니다. 화이트보드보다 작아서 작은 종이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커다란 전지를 벽에 붙여주고, 노란색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노란색을 보니 바나나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전지에 바나나를 그립니다. 갑자기 노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바나나는 길어~'라면서 긴 것은 기차인데 기차를 타고 우주로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의 주의력이 우주로 확장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주의력이 결핍된 상태가 아니라 주의력이 충만한 상태로 보는 것입니다. 집중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그것을 따라가며 얼마나 집중하는지 체크하고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결코 의도하고, 유도하며 주의력을 옮겨가는 것이 문제라고 낙인 해선 안 됩니다. 이 친구가 정말 대단한 것은 교실의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교실에 30명의 친구가 있다면 29명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한 곳에 주의력을 집중할 수 없지만 그 집중의 힘을 잘게 잘게 찢어서 모든 것에 두는 것입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고, 진짜 대단한 일입니다.


ADHD 혹은 그것이 의심되는 아이들의 특징은 마치 초능력처럼 창의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아닌 강점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게다가 상상력까지 풍부하죠. 절대 쓸데없는 것은 없습니다. 아주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들려드렸습니다. 이 친구는 저와 개인수업을 하다 서서히 그룹수업으로 전환하고, 일반 아이들보다 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잘게 찢어진 집중력을 모았고, 좀 더 선호하는 것을 주제로 주의력을 집중해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과정은 개별 차가 있습니다. 가장 빨랐던 사례는 주 1회 3개월 총 12회기의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자신의 주의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미술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철저히 주의력 과잉이라는 강점관점으로 만납니다. 해외 연구에서도 ADHD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 오히려 일반 아동보다 더 높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가져 문제 해결을 더 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ADHD가 나쁘다는 색안경을 벗어 보는 것이죠.


저의 이름이 '강점멘토 레오선생님'인 것은 18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정신분석학에서부터 현대 상담이론의 궤적 속에서 아동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경험과 시도 속에서 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주의력 결핍과 관련해서 개별 수업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언어치료, 미술치료를 다녀도 별반 나아지는 것이 없다며 오시는 분들도 계셨지요. 그런데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잘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왜곡되게 이해하고,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을 강점으로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와 사회 속 존재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이런 사유로 실천을 하는 보호자라면 아이는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저의 유년 시절을 봤더라면 별나다고 고개를 저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이 녀석은 절대 가르칠 수 없는 아이예요'라며 포기할 정도였었죠. 더 안타까운 것은 저의 부모님이 이것을 문제로 보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강력한 체벌을 가한 것입니다. 이런 낙인감은 삶을 전반적으로 괴롭히는 신념이 되어버렸습니다. 20대까지요. 그래서 누구보다 문제와 존재를 동일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주의력이 결핍된 미완의 인간이 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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