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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Feb 14. 2018

"아빠 술 사줄까?" 우리 아빠는 술마실 때 행복해요!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삶을 자각하는 아빠되기

문쓰팩토리 채널을 통해 칼럼의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몇 주 전 친척집에 들렀다 오는 길에 서율이(6)가 용돈을 받았습니다. 용돈을 받아 든 서율이는 고맙습니다는 인사와 함께 대뜸 저를 보며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아빠! 술 사줄까?” 
‘서율아, 그렇게 말하면 아빠가 맨날 술 먹는 줄 알겠다.’
  
부끄러운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녀석은 제가 술을 마실 때가 행복해 보였나 봅니다. 서율이는 아빠가 술을 마실 때 보면 행복하니까 돈이 생기면 아빠에게 술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죠. 이렇게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부모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도 아빠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림/문선종


술을 마시면 행복해지는 아빠

어린시절,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버지가 좋았다. ⓒ그림/문선종


서율이를 통해 어린 시절 저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근엄하고, 무서운 모습이 대부분, 아빠’라는 친근한 모습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아버지가 유일하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식으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실 때였죠. 이때는 잠도 오지 않았고, 기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술을 마신 아빠는 아주 재미있었죠. 씨름과 같은 몸 놀이도 해주었고, 뽀뽀도 해줬습니다. 아빠의 술 냄새는 오히려 기분이 좋은 향기였습니다. 이런 저의 어린 시절은 서율이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6살의 비범한 녀석은 한 통의 편지를 저에게 보냈습니다.  “사랑해. 아빠 술 먹어도 돼.” 


아빠, 자각적인 육아(Conscious Parenting)가 필요하다.

서율이가 아빠에게 직접 쓴 편지 ⓒ편지/문서율


저는 집에서 가끔 술을 마십니다. 저의 음주습관이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뻔해 보이죠?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즐겁다.’와 같이 음주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 술에 대해 거부감을 없애 술을 빨리 접할 수 있게 합니다. 가족력(Family History)과 같이 회고적이고, 경험적인 연구에서는 생물학적 유전뿐만 아니라 부모의 감정, 정서 등도 세대 간의 전이가 이루어진다고 보고하고 있죠. 아이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아빠처럼 술을 마시는 남자를 배우자로 둘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 것입니다. 후성유전학이 최근 부모의 모든 감정과 정서, 생각, 스트레스, 겪었던 사건과 트라우마 등이 최소 3대까지 이어진다 밝혔습니다. 임신 전과 출산 후까지도 내 안에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하며 자각적인 육아를 해야 합니다. 『구약성서』의 3대 예언서 중 하나인 에스겔서 18장 2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먹은 신 포도, 이가 시린 순간들을 자각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부모가 신 포도를 먹으면 자식들의 이가 시리다.


우리가 먹은 신 포도, 이가 시린 순간들을 자각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자각하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행복한 아빠가 되고 싶다. 진심으로 ⓒ사진/문선종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홀로코스트의 비참한 시대적 상황을 해학적으로 그린 영화로 아빠의 위대한 사랑을 그린 손꼽히는 수작입니다.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아빠 ‘귀도’는 아들 ‘조수아’에게 이 상황을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고, 1등을 하면 탱크를 받을 수 있다며 처참한 현실을 유쾌하게 극복해나가죠. 마지막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도 ‘조수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행진을 하는 모습에서 왈칵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어떤 상황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아빠가 된다는 것. 아이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하는 것은 우리가 물려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입니다. 
  
원효대사가 어두컴컴한 밤. 목이 타는 갈증을 이기기 위해 손에 잡힌 달콤한 물을 마시며 느꼈을 천국과 아침에 일어나 그것이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었음을 인지하고, 몸에서 일어나는 구역질로 경험한 지옥을 통해 엄청난 자각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해탈을 했다죠. 그 물은 그냥 하나의 현상이었는데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수많은 장애물과 짜증스러운 일들을 즐겁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리는 자각하는 아빠가 된다면 어떨까요? 
  

과거 부모가 먹은 신 포도로 느껴지는 오늘의 그 맛을 우리 세대에서 끝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담배는 끊은 지 올해로 6년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술은 끊기 참 어렵네요. 이제 저의 시대에서 끝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자각하는 아빠를 꿈꾸며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의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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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문선종(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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